광전변환효율 26.3% 신기록, NREL 차트 공식 등재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규모 발전소를 위한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어서, 국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고효율 태양전지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건물 외벽, 도심 구조물, 이동체 등 기존 공간을 발전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면적에서도 최대한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고효율 박막 기술이 핵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페로브스카이트와 CIGS는 각기 다른 밴드갭 특성을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조합의 가능성을 보여준 소재였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높은 밴드갭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CIGS는 낮은 밴드갭 영역에서 우수한 광흡수 능력을 제공한다. 서로 다른 파장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 탠덤 구조의 상·하부 셀 조합으로 적합했지만, 두 기술은 재료 특성과 공정 방식이 크게 달라 결합 연구가 더디게 진행돼 왔다. 특히 거친 표면을 가진 CIGS 박막 위에 고품질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층하는 과정이 핵심 난제로 남아 있었고, 이 때문에 선행 연구는 24% 수준의 효율을 넘어서지 못했다. 학문적·기술적 장벽을 동시에 해결해야 했던 시점에서 연구팀은 박막형 탠덤 태양전지의 가능성을 다시 열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태양전지의 근본적인 특성은 에너지 밀도가 낮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점보다는 특징에 가깝습니다. 태양빛 자체가 단위 면적에 가져오는 에너지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매우 안전한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휴대폰을 충전하려면 광범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한 원자력이나 화력 발전과 달리, 태양빛은 일상적으로 노출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로 바꿀 수 있는지, 그 지점을 개선하는 일이 태양전지 연구의 핵심이었습니다.”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가 이미 이론적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고효율 경로로 주목받은 것이 바로 탠덤 구조였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일찍부터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연구를 선도해 왔고, 기업들이 실리콘 탠덤 상용화를 빠르게 추진하자 박막형 탠덤으로 연구 방향을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산업적으로 가장 유망한 조합이 CIGS 하부 셀과 페로브스카이트 상부 셀의 결합이라는 판단이 서게 됐다. 박막형 소자는 실리콘 웨이퍼 대비 훨씬 가볍고 유연해 건물 일체형, 도심형 구조물, 우주 분야 등 실리콘이 적용되기 어려운 영역에서 활용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박막 구조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장벽은 상부 셀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적층할 것인가였다. CIGS 박막은 나노 스케일에서 표면 기복과 화학적 편차가 커서, 페로브스카이트의 균일한 증착을 방해하는 구조적 어려움이 있었다. 실리콘 기반에서는 잘 구현되던 적층 방식이 CIGS 기반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됐고, 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고효율 박막 탠덤 태양전지의 진전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결국 두 셀 사이의 계면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집중했고, 전하 흐름, 계면 결합, 광흡수라는 세 축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중간층 구조를 새롭게 구축했다.
“CIGS의 표면은 물리적·화학적 편차가 커서 상부 셀이 그대로 올라가기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 소자 사이에 새로운 전하 주입 물질을 도입하고 계면 구조를 세밀하게 조정했습니다. 계면에서의 결함을 최소화하고 전하 이동을 매끄럽게 만드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들었지만, 탠덤 구조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이전 연구에서 해결되지 않던 주요 문제들을 하나씩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계면 공학의 돌파 이후 연구는 상·하부 셀의 정밀한 최적화로 이어졌다. 하부 CIGS 셀에서는 1.05 eV 이하의 저밴드갭 영역에서도 전압 손실을 억제하는 동시에 높은 광전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상부 페로브스카이트 셀에서는 전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밴드갭 조절을 진행해 기존 대비 8% 이상 향상된 20.88 mA/cm²의 광전류를 구현했다. 이 수치는 최고 성능의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수준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박막 기반에서 동일한 성능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컸다. 또한 새롭게 설계된 계면 구조와 중간층은 필팩터를 3.1%포인트 개선하는 데 기여했고, 모든 요소가 조합된 결과 26.3%의 세계 최고 효율이 달성됐다.
서울대–KIST 공동연구팀의 이 수치는 2025년 6월,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공식 최고 효율 차트에 등재되며 박막 탠덤 분야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박막 기술의 가능성과 실질적인 산업 적용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이어지며, 박막형 탠덤 태양전지가 새로운 에너지 전환 기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방향성을 제시하게 됐다.
성능 향상·응용 확대 위한 후속연구 본격화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난제는 두 소재가 가진 복합적인 특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계면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두 셀 사이에 존재하는 얇은 층은 빛을 투과해야 하고, 전하를 한쪽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기능도 필요했으며, 화학적으로도 안정돼야 했다. 문제는 어느 하나를 개선하면 다른 특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반복됐고, 이 트레이드오프가 연구 전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남았다. 연구팀은 변수 하나를 조정할 때마다 발생하는 변화를 모두 기록하고, 다시 새로운 조합을 실험하며 최적점을 찾는 과정을 장기간 이어갔다. AI로 자동화하기 어려운 영역이어서, 대학원생과 연구원들의 반복적인 실험과 해석이 전체 진전을 이끌었다.
“계면층은 여러 성능 요소가 동시에 충돌하는 지점입니다. 광투과, 전기적 연결, 화학적 안정성까지 모두 충족해야 하는데, 하나를 조절하면 또 다른 특성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변수를 하나씩 조정하며 어떤 특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최적화 과정은 고된 시간이었지만, 그 과정이 누적되면서 각 조건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그것이 기술적 돌파로 이어졌습니다.”
연구팀 안에서의 난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작한 소자의 성능을 공인기관에서 검증받는 과정도 연구 못지않게 복잡한 절차를 요구했다. 국제 인증을 위해 소자를 해외 기관으로 전달해야 했지만, 기판을 직접 들고 이동하기에는 보안 검사가 까다로웠고 기술 유출 위험으로 오해받을 가능성도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결국 배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데,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소자는 온도 변화와 충격에 매우 민감해 도착 전 파손되는 경우가 잦았다. 연구팀은 포장재, 충격 흡수 방식, 빛 차단 여부 등 수많은 변수를 검토하며 운송 중 손상을 막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러한 경험은 기술적 노하우뿐 아니라 향후 공정·인증 전략을 구상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됐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후속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성능 측면에서는 상·하부 셀 각각의 효율을 한 단계 더 높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확보된 계면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면 성능 개선이 탠덤 구조에서 그대로 발현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단기적으로는 28% 수준까지 빠른 시간 안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응용 분야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우주용·저궤도 위성용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해외 연구기관과 방사선 내성 평가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실제 우주 환경에서의 안정성과 성능을 정량화하고 있다.
또한 유연 기판을 기반으로 한 초경량 탠덤 소자 개발도 병행되고 있다. 기존 연구는 유리 기판 위에서 진행됐으나, 이를 폴리머 기반 유연 기판으로 전환하면 설치 환경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KIST 연구팀과 협력해 유연 하부 셀과 이번에 구현된 상부 셀을 결합하는 연구가 이미 시작됐고, 도심형 구조물이나 이동체에 부착 가능한 형태를 만드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외 설치를 염두에 둔 대면적화와 모듈 제작 역시 단기 목표로 추진 중이다. 실험실 수준의 소자 제작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크기와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은 상용화를 위한 핵심 단계이다.
이번 연구는 박막형 탠덤 기술이 경쟁력을 갖춘 기술 분야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정체됐던 연구 흐름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세계적인 기술 발전 속도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앞으로 후속 연구가 탄력을 받으면 산업계와 정부 R&D의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박막형 탠덤 분야가 미래 에너지 전환 기술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기술의 상안정성 난제 해결
연구팀은 박막형 탠덤 성과에 앞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의 향로를 바꿔놓을 연구들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실리콘 기반 탠덤 기술이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던 시기, 김 교수는 효율 경쟁보다 상용화를 가로막는 핵심 난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지난 수년간 페로브스카이트 상부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던 상안정성 해결에 연구 역량을 모아 왔다.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구조에서 넓은 밴드갭 소재는 필수적이지만, 기존 혼합 할라이드 조성은 빛을 받으면 이온이 분리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해 장기 작동 안정성을 떨어뜨렸다. 세계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했음에도 이 상분리를 근본적으로 제거한 사례는 없었고, 이 제한이 상용화의 가장 큰 장애물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 문제가 결정화 과정의 동역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고, 소재 내 이온의 석출 경향성을 정량적으로 규명하며 새로운 조성 설계 방향을 마련했다.
“상안정성 문제는 조성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정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어떤 이온이 먼저 자리 잡고, 그 흐름이 구조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야 했습니다. 순수 요오드 기반 넓은 밴드갭 소재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 근원을 직접 해결한 첫 사례였고, 장기 신뢰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 연구였습니다.”
이 분석을 바탕으로 연구팀은 브롬을 완전히 배제한 순수 요오드 기반 넓은 밴드갭 페로브스카이트 신소재를 개발해, 상분리 문제를 구조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해당 소재는 고온과 고조사 환경에서도 밴드갭이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실리콘과 결합한 탠덤 태양전지에서 29% 이상의 효율을 구현하며 조성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 결과는 국제학술지 ‘Joule’에 2022년 9월 게재되며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연구팀은 이후 열안정성 개선을 포함한 후속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새로운 조성 기반의 고안정성 페로브스카이트 상부셀 개발이 곧 보고될 예정이다.
고효율·저비용 친환경 수소 생산 촉매 개발
탠덤 태양전지 연구와 더불어 연구팀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또 다른 축을 이루는 전기화학 촉매 분야에서도 중요한 성과들을 내고 있다. 특히 물 분해 기반 수소 생산은 탄소 배출 없는 대체 에너지 체계 구축에 필수적인 기술로 평가되지만,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촉매 개발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기존 상용 촉매가 고가의 백금에 의존하고, 장기 구동 시 성능 저하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문제도 상용화의 걸림돌이었다.
이와 같은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원자층 수준의 얇은 산화막으로 감싼 루테늄 기반 코어–쉘 나노클러스터 촉매를 개발했다. 루테늄은 백금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촉매 반응성이 높아 수소 생산 촉매의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으나, 기존 방식으로는 안정성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나노클러스터의 크기를 2 nm 이하로 줄이고, 루테늄 금속 코어를 다공성 환원 티타니아 단일층으로 감싸는 구조를 구현해 이 한계를 극복했다. 이 코어–쉘 구조는 귀금속 사용량을 기존 대비 대폭 줄이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을 보여 촉매 분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루테늄 나노클러스터의 반응성을 유지하면서도 열화가 빠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코어–쉘 구조를 원자층 단위로 정교하게 설계해 반응 속도를 높이고 안정성을 강화한 결과, 백금 촉매보다 더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접근은 수소 생산뿐 아니라 다양한 전기화학 반응에도 확장할 수 있어 플랫폼 기술로서의 가치가 큽니다.”
이 촉매는 동일 귀금속 함량 기준에서 기존 백금 촉매의 4배 이상 성능을 나타냈으며, 고전류밀도 조건에서도 우수한 안정성을 유지했다. 실제 산업용 음이온 교환막 수전해(AEMWE) 장비에서도 상용 백금 전극보다 낮은 전력 소모량을 기록해 상업적 활용 가능성을 직접 입증했다. 연구 성과는 2025년 국제학술지 ‘Energy & Environmental Science’에 표지 논문으로 소개되며 기술적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코어–쉘 촉매가 보여준 높은 성능과 구조적 안정성은 수소 생산을 넘어 산소·염소 발생 반응, 수처리 촉매 등 다양한 전기화학 시스템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코어–쉘 구조의 대면적화 및 공정 최적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소 기반 이동수단과 전력 시스템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촉매 전극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학제 융합 연구로 에너지 전환의 해법을 찾다
Solar Energy Materials Lab은 태양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신소재·소자 기술을 바탕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실험실이다. 연구팀이 추구하는 가장 큰 방향은 인류가 직면한 기후위기 문제를 새로운 소재 기술로 해결하는 데 있다. 탄소중립 기술의 핵심이 결국 무탄소 에너지에 있다는 점에서, 연구팀은 태양광 발전과 이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 등 미래 에너지 체계의 중심에 놓인 기술을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기존 기술이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가 소재의 가격, 안정성, 장기 내구성 같은 근본적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이러한 기술적 허들을 신소재 개발로 넘어서겠다는 것이 연구팀의 뚜렷한 목표다.
연구팀의 연구 범위는 소재 탐색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작동 가능한 소자를 제작하고, 특성 평가와 데모 구현 단계까지 직접 확인하는 전주기적 연구 흐름을 갖추고 있다. 기판 제작, 소재 합성, 소자 제작, 전기화학 촉매 연계까지 이어지는 연구 구조 덕분에 여러 분야의 기술이 한 흐름으로 만나는 융합 환경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소자 구조 설계, 화학 기반 합성, 물리적 분석 기법, 촉매 전극 연구가 한 실험실 안에서 연결되는 점이 연구팀의 큰 강점이다.
“우리 연구팀이 해결하려는 문제는 단일 분야에서 설명될 수 없는 주제들입니다. 소재, 소자, 촉매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전주기적으로 연구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한 공간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환경을 구성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학제적 접근이 필수적이며, 그 기반을 만드는 것이 연구팀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연구팀에는 재료공학뿐 아니라 물리, 수학, 화학, 화학공학, 환경공학 등 다양한 전공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한 팀을 이루고 있다. 서로 다른 전공이 결합된 구성이 연구팀의 성과 구조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돼, 소자 설계와 소재 합성, 광전 특성 분석, 촉매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연구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연구팀은 “혼자서는 만들기 어려운 성과를 함께 만든다”는 태도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으며, 공동연구와 협업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분위기를 유지해 왔다.
“융합 연구가 성과로 이어지려면 연구자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본인의 성과를 먼저 챙기기보다 서로 양보하고 먼저 베푸는 자세가 있어야 1+1이 3, 4가 됩니다. 집단지성을 쌓아 높은 출발점을 만들면, 그 위에서 개인의 성장이 더 크게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자주 이야기합니다. 연구의 본질은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관점을 잃지 않도록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움도 있다. 여러 연구가 병렬로 진행되다 보면 어떤 분야는 빠르게 성과를 내고, 어떤 분야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의 동기 유지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연구비 환경 변화, 사회적 관심의 급격한 이동, 특정 분야에 대한 정책적 기조 변화 등—도 학생들의 고민을 깊게 만들곤 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모든 학생이 자신이 중요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확신을 잃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Solar Energy Materials Lab은 앞으로도 신소재 개발을 중심으로 태양전지, 촉매, 에너지 전환 기술을 아우르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장기 목표를 향해, 재료과학의 역할을 확장하고 다양한 연구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연구팀이 추구하는 가치이자 방향성이다.
미래 에너지 기술 연구는 긴 호흡의 여정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는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 전체를 통틀어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드문 분야로 평가된다. 독창적인 소재 기술과 뛰어난 연구 인력, 우수한 인프라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 환경은 여전히 짧은 주기로 성과를 요구하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년 단위의 투자와 평가 체제에서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어렵고, 실제로 일부 세부 분야에서는 주도권이 서서히 흔들리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유럽과 중국, 미국은 물론이고 싱가포르조차 특정 핵심 분야는 10년 이상을 전제로 한 투자를 이어가며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아직은 충분히 기회가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신뢰할 수 있는 연구 인력, 축적된 학문적 기반, 그리고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성과들이 여전히 국내 연구 생태계의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짧은 파도에 흔들리는 투자가 아니라, 먼 바다까지 바라보는 긴 호흡의 투자라고 설명한다.
그런 관점에서 향후 연구 방향도 분명하다. 그동안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페로브스카이트/CIGS 기반의 이중 접합 탠덤 태양전지를 중심으로 연구를 선도해 왔지만, 다음 목표는 접합 수를 더 늘린 다중 접합 탠덤 태양전지다. 접합이 늘어날수록 이론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지금의 연구 성과가 상용화 단계로 넘어갈 때 그 다음 세대를 이끌 기술을 미리 준비하려는 것이다. 일부 3중 접합 연구는 이미 시도되고 있으며, 향후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응용 연구에서도 새로운 계획이 이어진다. 성층권 드론이나 저궤도 위성처럼 기존 태양전지가 버티기 어려웠던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는 초경량·고안정성 기술을 구현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더 멀리 보면 태양전지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태양광 기반 수소 생산, 연료전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에너지 자립 시스템 구축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기술이 연결되고 응용이 확장되는 방향을 세심하게 설계하는 것이 연구팀의 장기 목표다.
무엇보다 김 교수에게 가장 중요한 계획은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개인의 성취는 일정한 한계가 있지만, 연구팀이라는 집단에서 성장한 학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후학을 길러낼 때 그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고 믿는다. 연구팀이 쌓은 지식과 경험이 다음 세대로 흐르고, 다시 새로운 기술과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연구자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 어떤 궤적으로 뻗어갈지는 여전히 열린 질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긴 시간에 걸쳐 쌓인 연구만이 더 먼 지평을 열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미래는 서두름이 아닌 축적의 흐름 속에서 피어나며, 김 교수와 연구팀은 그 길의 한가운데서 다음 장을 향해 조용히 나아가고 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