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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인터뷰]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정현도 교수

첨단재생의료의 경계를 넓히다 신개념 DNA 나노구조체로 인체조직 재생 성공
지난 2월 첨단재생의료 치료 기회를 확대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첨단재생의료, 바이오의약품 연구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기술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첨단재생의료 연구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국내 연구진들의 활약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현도 교수 연구팀이 ‘생광물화한 DNA 나노구조체’를 통해 인체조직 재생에 성공한 성과를 꼽을 수 있다. 연구팀은 조직재생 물질 PDRN과 무기물질 실리카를 생광물화 과정으로 합성한 신개념 DNA 나노구조체를 개발했다. 이와 함께 DNA 나노구조체를 AI 기반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에 적용해 당뇨성 창상 환부 맞춤형 DNA 나노패치를 개발했고, 기존 PDRN 보다 월등히 뛰어난 조직재생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직 재생은 물론 골조직 재생 소재, 화장품용 신소재 등에도 적용이 가능한 만큼 실용화된다면 첨단바이오의약 개발의 핵심 소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PDRN과 실리카 합성한 DNA 나노구조체 개발
첨단재생의료는 손상된 인체세포나 조직•장기를 (줄기)세포, 유전자, 조직공학 치료 등으로 대체•재생해 정상 기능으로 회복시키는 의료기술이다. 전통적인 치료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만큼 첨단재생의료 기술의 발전을 통해 보건의료의 패러다임 자체가 새롭게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재생의료와 더불어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제제, 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의약산업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에서는 첨단재생의료 특성에 맞는 별도 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첨단재생의료 기술, 의약품 개발 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면서 재생의료에 응용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소재를 꼽는다면 DNA 나노구조체가 대표적이다.

DNA 나노구조체는 염기서열을 인위적으로 프로그래밍해 특정 위치에서 염기가 결합되도록 만든 것을 말한다. 원하는 형상과 물성을 가진 구조체를 높은 정밀도로 제작할 수 있어 약물 전달, 질병 진단 등에 쓰인다. 무엇보다 나노스케일에서 매우 정밀한 설계와 기능성, 생체적합성을 가지기 때문에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동안 바이오의약 소재 연구를 수행해 온 정 교수는 약물 전달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DNA 나노구조체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사용될 생체재료로 주목한 물질이 바로 PDRN(Polydeoxyribonucleotide)과 실리카(silica)다. 
PDRN은 연어의 정자와 해조류에서 추출한 조직재생 물질로, 손상된 세포와 조직의 자가 재생 촉진 능력이 뛰어나 최근 주사제 및 화장품 소재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무기물질 실리카는 콜라겐 합성을 최적화하고 신생혈관을 형성시키는 기능이 탁월하다. 
연구팀은 두 물질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PDRN과 실리카를 생광물화 과정(Biomineralization)으로 합성한 DNA 나노약제 개발을 시도해 성공했다. 생광물화 과정이란 생명체가 외부에서 유기물과 무기물을 흡수한 후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조개처럼 단단한 껍질의 구조물을 만들어 내는 생물학적 과정을 말한다. 
3D 바이오프린팅 적용해 환부 맞춤형 패치 구현
새로운 DNA 나노약제로의 성능 검증을 마친 연구팀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적용해 당뇨성 창상 환부 맞춤형 DNA 나노패치를 개발하는 데에도 성공을 거뒀다. 
“개발한 신개념 DNA 나노구조체를 조직 재생이 어려워 난치 질환으로 분류되던 당뇨성 창상의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해 AI 기반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DNA 나노구조체를 바이오잉크로 만든 후 환자의 창상 크기와 깊이에 맞는 드레싱을 맞춤형으로 출력하는 방식입니다. 실험 결과 기존 PDRN에 비해 월등히 뛰어난 조직재생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및 나노과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enced Science)’의 2023년 6월호 전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정 교수와 석사과정 김나현 학생, 이현 연구교수가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범부처재생의료기술개발사업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다. 
“이번에 개발한 생광물화된 DNA 나노구조체는 창상용 조직 재생 소재는 물론 골조직 재생 소재, 화장품용 신소재 등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바이오 첨단재생의약 소재로 응용 가능하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3D 프린팅 활용한 암 표적 총알 개발
최근 정 교수 연구팀은 암 조직을 타겟으로 항암약물을 방출해 치료하는 ‘암 표적 총알’을 개발하며 다시 한번 난치성 질환 치료에 혁신적인 걸음을 내디뎠다.
암 치료를 위해 보통 외과적 수술 외에 항암제, 방사선 치료 등을 하지만 각 치료법마다 부작용과 한계점이 따른다. 항암제를 이용한 화학 요법(chemotherapy)의 경우, 항암제가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표적지향형 약물 방출이 가능한 접근방식이 다각도로 연구되는 중이다.
차세대 암 치료 기술로 주목받는 광열 치료(photothermal therapy)는 정상세포보다 열에 약한 암세포의 약점을 이용해 체외에서 근적외선 레이저를 쪼여 암세포를 태우는 치료법이다.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와 달리 암 조직만 선택적으로 사멸할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치료 방법과 병행했을 때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 각 치료법의 장점을 결합한 치료법 개발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약물을 사용한 항암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보면서 ‘생체재료를 연구하며 사용하던 3D 프린팅을 환자맞춤형 항암치료에 적용한다면 환자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기존 항암치료의 한계에 대해 심도 있게 조사를 하면서 연구가 시작되었죠. 다양한 항암치료 방법의 복합적 적용, 방사선 및 의료영상을 통한 정확한 치료, 표적지향 약물 방출 등이 가능한 항암치료용 임플란트를 설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근적외선에 반응해 약물 방출과 광열 치료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다기능 나노약물 플랫폼을 개발했다. 플랫폼의 핵심이 되는 총알 형태의 임플란트는 암 조직에 침투시켜 근적외선을 조사하면 나노약물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특히 총알의 소재는 폴리락트산(재생 가능한 원료로부터 합성이 가능한 생분해성 고분자 소재)과 티타늄으로 구성된 생분해 소재를 활용해 3D 프린팅으로 제조했다. 또한 항암제를 상변화물질(물질의 상태가 변하면서 많은 열을 흡수 또는 방출할 수 있는 물질)과 함께 총알 형태의 임플란트 내부에 탑재했다.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 기대
사용된 3D 프린팅 소재는 근적외선을 적용하면 발열하는 특성이 있으며, X-선 불투과성이 있어 X-선 촬영을 통한 영상 유도 광열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상변화물질과 함께 탑재된 약물은 광열치료 시 발생하는 열로 약물 방출을 조절할 수 있다.
“암 치료를 위한 연구들이 시도 되어 왔지만, 본 연구는 생체재료를 활용해 광열치료와 약물 방출을 동시에 작용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별됩니다. 또한 기존에는 X-선 촬영에서 종양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금, 백금 등의 금속 표지를 수술적 방법으로 암 조직 주변에 위치시켰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개발한 나노약물 방출 총알은 방사선 불투과성을 가지고 있어 금속 표지 역할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약물 방출 총알은 전임상실험을 통해 암 크기 감소 효과가 확인되었고, 카테터를 이용한 국소 전달 기능도 검증을 마쳤다. 이 플랫폼 및 접근방식은 항암치료뿐만 아니라 조직재생, 당뇨, 관절염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체소재 3D 프린팅 분야 전문인 우리 연구팀을 비롯해 나노입자를 활용한 표적지향 약물 적용 암 치료 분야 전문가인 성균관대학교 박우람 교수, 유무기복합 생체소재 전문가인 가톨릭대학교 이현 박사와의 입체적인 논의와 협업을 거쳐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의료공학, 소재공학, 화학공학, 생명공학 등 다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보건적 난제 해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실사업, 창의도전연구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화학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2023년 11월 3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과 임상시험이 필수적인 만큼 연구팀은 향후 바이오 기업들과의 협업, 관계 부처와의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나노표면 형상 3D 프린팅 기술로 독보적 기술력 입증
정 교수 연구팀이 가진 강점 중 하나는 독보적인 3D 프린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022년 12월에는 골유도능과 고강도 특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나노표면 형상 3D 프린팅 기술’을 개발하며 다시 한번 기술력을 입증했다.
설명에 따르면 그동안 인공관절 소재로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인 PEEK(폴리에테르에테르케톤)가 주로 사용되어 왔다. PEEK는 뼈와 물리적 특성이 유사해 응력 차폐를 방지하는 장점이 있지만, 골조직과의 융합성이 좋지 않아 표면에 타이타늄 등의 생체소재를 코팅해 골조직과의 부착성을 향상시켜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PEEK 소재와 코팅된 생체소재 간의 낮은 결합력으로 계면에서 박리현상이 일어나 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단점도 보였다.
이에 연구팀은 인공관절 소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골유도능과 고강도 특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나노표면 형상 3D 프린팅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홍합 유래 도파민을 활용해 PEEK 필라멘트 위에 산화타이타늄(TiO2) 나노입자를 먼저 부착하고 압출 용융하는 방식으로 3D 프린팅을 진행했습니다. 좁은 노즐을 통과한 나노입자는 PEEK 표면에 견고한 엠보싱 형상으로 출력되었고, 이후 나노 엠보싱 형태의 표면을 갖는 지지체 위에 수산화아파타이트를 코팅했습니다. 그 결과, 출력된 나노표면 형상 지지체의 기계적 물성과 생체친화도가 동시에 증진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 교수는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표면 형상 3D 프린팅 기술’이 의료용 생체소재 외에도 여러 종류의 플라스틱 및 표면처리용 소재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세대 다기능성 3D 프린팅 생체소재 상용화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 또한 공동연구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조선대 신소재공학과 장태식 교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3D프린팅제조혁신사업단 김상훈·박성제 연구원이 공동연구팀으로 참여했다.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의 2022년 12월호 후면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향한 가치 있는 발걸음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박사를 마친 정 교수는 동대학 신소재공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박사후연구원을 거쳤다. 이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연구원으로 근무하다가 2020년 가톨릭대학교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되면서 교수이자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3월, 한양대학교 신소재공학부 부교수로 자리를 옮겨 ‘자연모사재료설계연구실(Bioinspired Materials Design Laboratory)’을 새롭게 이끌고 있다.
“자연모사재료설계연구실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재료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자연모사 연구는 생물학적 시스템, 구조, 공정에서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재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동물의 뼈나 식물의 줄기와 같이 가볍지만 강한 구조재료, 해양생물에서 유래한 기능성 생체재료, 자연현상을 모방한 메디컬 소재 등을 설계하고 구체화시키는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를 통해 자연의 지혜를 이해하고, 그것을 인간의 기술에 적용함으로써 인류와 환경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혁신적인 재료와 기술을 추구합니다.”
정 교수가 연구실을 이끌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연구철칙이자 모토는 ‘다양성’과 ‘즐거운 연구’다. 사람을 품에 안을 수 있는 산에는 흙과 나무, 바위, 샘물 등이 조화롭게 있어야 하듯이 연구팀도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이런 다양성을 존중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구자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흥미를 느끼며 self-motivation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라는 일의 특성상 본인이 재미를 느끼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지도교수이신 김현이 교수의 믿음과 애정 속에 연구를 정말 즐겁게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항상 성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패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가 쌓이고 쌓이면서 노하우가 생기고 그것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지금은 본인이 가고 있는 길의 끝이 잘 보이지 않고 걸음걸음이 천근만근이겠지만 시간이 흐른 뒤 돌이켜보면 그 길이 본인을 연구자로서 한층 성장시켜주는 즐거운 여행길이었다는 걸 느끼는 때가 올 것입니다.”   
정 교수는 내적으로는 즐겁게 롱런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기 위해, 외적으로는 난치성 질환 치료 역사에 한 획을 긋기 위해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한 멘토이자 지도자로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이를 실질적인 성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생각하며 끈질긴 근성과 도전정신으로 연구자로서의 길을 걸어온 정 교수. 난치성 환자들에게 새 희망을 선물한 그는 오늘도 여전히 난치성 질환 치료, 재생의료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봄날’을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4년 4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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