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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동국대학교 의료원 의과학연구소 최승범 연구교수

심뇌혈관질환 바이오마커 개발의 가능성을 열다, 질환 관련 새로운 유전자 발굴 및 작용기전 규명


심뇌혈관질환은 뇌졸중, 심근경색, 협심증처럼 심장혈관 또는 뇌혈관계에서 발생하는 질환들을 통칭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심뇌혈관질환 사망률은 지난 10년간 7% 증가해 인구 10만 명당 121.5명을 기록했다. 한국인 5명 중 1명은 심장병이나 뇌졸중으로 숨졌다는 의미다. 이처럼 심뇌혈관질환 발병의 심각성이 더해지면서 이를 유발하는 이상지질혈증, 동맥화증, 고혈압 및 당뇨병 등의 선행질환들과 관련된 연구들이 다각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동국대 의료원 최승범 교수와 같은 심뇌혈관질환 의과학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 교수는 지난 15년간 이상지질혈증, 동맥경화증, 고호모시스테인혈증, 동맥혈전증, 뇌경색 등의 심뇌혈관질환 관련 연구를 수행해 왔다. 


‘좋은 콜레스테롤’ 연관 유전자 발굴 및 역할 규명
심뇌혈관질환 발병의 증가는 진료비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2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주요 선행질환인 이상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이 2020년 각각 23.9%, 28.3%, 13.6%로, 2019년 유병률(22.3%, 27.2%, 11.8%) 보다 증가해 선행질환으로 인한 심뇌혈관질환 발병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사실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선행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질환의 예방 및 진단/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최승범 교수는 연구자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한 당시부터 이러한 점에 주목하고, 선행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들을 발굴하고 작용기전을 연구하는 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의 선행질환을 예방하고 적절히 치료한다면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해 발생되는 심각한 상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유전체에 대한 이해, 연구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선행질환을 예측, 진단,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 바이오마커 발굴 또한 가속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따라서 전장 유전체 분석법(Foward Genetics)을 이용해 질환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한 후, 유전자 변형 생쥐모델을 이용해 유전자-질환 간의 연관성을 검증하고, 질환에서의 작용기전을 분자·세포생물학적 수준에서 규명하는 연구에 집중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연구로는 먼저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고밀도지단백질(High-density lipoprotein, HDL) 연관 유전자 발굴, 역할 규명 연구를 꼽을 수 있다. 최 교수는 박사학위 연구를 미국 Bar Harbor에 위치한 The Jackson Laboratory에서 수행했는데, 이 연구소는 전 세계 연구자들이 제작한 생쥐모델들을 Banking/Distribution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연구소에서 자체 제작한 다양한 실험용 생쥐모델을 이용해 연구를 할 수 있는 Mouse Genetics 연구를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춘 세계적 수준의 연구소이다. 

최 교수는 이 분야의 권위자인 Beverly Paigen 교수, Ron Korstanje 연구교수(현재 부교수)에게 공동으로 지도를 받으면서 혈중 HDL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유전자를 발굴하고 작용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이후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 Philadelphia에 위치한 Temple University Center for Metabolic Disease Research Center의 Hong Wang 교수, Xiaofeng Yang 교수와 심뇌혈관질환에서 위험인자로 알려진 호모시스테인(Homocysteine)이 HDL metabolism에 미치는 연구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쌓아 나갔다. 

박사-박사후연구원 기간 동안 Cell Metabolism, Plos One, Lipids in Health and Disease, Redox Biology 등의 해외 유수 저널에 발표한 논문 수만 8편에 이른다. 최 교수는 당시 연구에서 발굴한 4개의 유전자들의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대사에서의 역할과 작용기전 규명을 위한 연구를 계속해서 이어갈 계획이다.

FHL2의 동맥혈전증·뇌경색에서의 역할 연구 수행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연구 분야는 혈전증 및 뇌경색과 연관된 유전자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최 교수는 한국연구재단-교육부가 지원하는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최초혁신실험실사업,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을 통해 Four and a half LIM domains 2(FHL2)의 동맥혈전증 및 뇌경색에서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네덜란드 Leiden University Medical Center의 Konda Kurakula 교수와의 협력연구에서, 관상동맥 가족력을 지닌 사람의 혈소판 내 FHL2 mRNA 발현량이 낮을수록 혈소판응집도가 높은 것을 관찰했고, Fhl2 유전자 결핍 생쥐에서 정맥혈전증이 악화됨을 확인했다. 이러한 선행연구결과를 바탕으로 Fhl2 유전자 결핍이 동맥 내 혈전 생성을 촉진시키고, 허혈성 뇌경색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가설을 도출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본 연구는 FHL2가 동맥혈전증, 뇌경색에 기여하는 현상과 기전에 관해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FHL2의 동맥혈전증, 뇌경색과의 관련성을 검증하고 병리-분자기전을 규명하는 것뿐 아니라, FHL2 또는 FHL2에 의해 조절되는 분자를 타겟으로 하는 새로운 혈전용해제 개발에도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생명과학 연구자로의 길, 그 위를 걷다
이처럼 최 교수는 꾸준히 자신만의 연구 영역을 구축하며 탄탄한 연구력을 입증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계획한 그대로의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위치에 서기까지 그의 연구 인생은 수많은 선택과 인연의 끈들로 점철되어 있다. 

“학부시절 분자·세포생물학, 동물생리학 실험·실습 교과목들을 들으면서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Molecular Cloning과 Cell Culture 방법에 대한 실습수업이었는데, 스스로 결과를 생산한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죠. 결국 학부 4학년 때 학생 인턴연구원으로 생명과학과 민철기 교수의 동물생리학 연구실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연구를 경험하게 되었고, 민 교수의 지도하에 석사과정까지 마치게 되었습니다.”

석사학위를 받은 후 진로에 대해 고심하던 최 교수는 박사과정 진학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스스로 이 과정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 것인지 검증이 필요했던 그는 결정하기에 앞서 미국 어학연수부터 시작했다. 미리 대학교 기초생물학 강의 (Biology 101)들을 청강하며 미국식 발음과 표현들을 익히고, 이후 현지 연구실 인턴으로 참여하며 자신감을 쌓아 나갔다. 

“어학연수과정 동안 미국의 연구실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U of Maine의 Carol Kim 교수(현재 University at Albany, State University of New York)의 연구실 인턴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를 시험해보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다행스럽게도 교수님이 긍정적인 평가를 해주셔서 확신을 가지고 박사과정 입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박사과정 진학 후 차근차근 연구 경험을 쌓아 가던 최 교수는 박사학위 취득 마지막 과정인 디펜스 당시 연구를 지도하는 교육자로서의 신념을 갖게 되는 감동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캐나다 New Brunswik에 거주하던 학부-석사과정 은사인 유봉렬 교수가 차로 6시간을 운전해 디펜스에 참관한 것.
이때 유 교수는 최 교수의 박사학위 증인으로서 한사람이 되어주겠다는 말을 남겼고, 감동적이었던 당시의 경험을 통해 유 교수처럼 누군가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지지해주고 싶다는 교육자적 마인드가 생겼다고 한다. 아울러 나의 한마디가 상대방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삶에 임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박사과정을 마친 최 교수는 Temple University Center for Metabolic Disease Research Center의 Director인 Hong Wang 교수 연구팀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참여하며 심뇌혈관질환 연구 역량을 계속해서 쌓아 나갔다. 특히 이 분야의 권위자인 Alan Remaley 박사(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Daniel Rader 교수(U of Pennsylvania) 연구실에서의 방문연구 등을 통해 최고 수준의 국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관련 분야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 Circulation, Frontiers in Physiology 등의 저널에서 Reviewer 활동을 하며 ‘연구자 최승범’으로서의 기반을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연세대학교 심혈관연구소, 가천대학교 심혈관연구소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동국대학교 의료원 의과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겨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임상적 의의를 가지는 기초연구를 위해 의사과학자들과 협력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국책과제 수주에도 노력을 기울여 왔고, 리서치펠로우사업(현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 우수신진연구자지원사업과 대학중점연구소(뇌혈관질환 혈액-면역 중점 의과학연구소)에 참여한 석사과정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면서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키워 나가는 중입니다. 
동시에 소속기관 신진 의사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국가연구사업 수주를 위한 연구사업계획서 작성 컨설팅 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연구교육 문화 형성 필요
이렇듯 연구자로서의 외길을 걸어온 최 교수는 선배 연구자로서 팀원들과 연구자를 꿈꾸는 후학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적극적인 소통’이다. 연구자에게 창의적인 연구방향을 설계하고 신뢰도 높은 결과를 생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다른 연구자와 잘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결과와 아이디어라도 잘 전달되지 못하면 소용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다소 엉뚱한 질문이라 할지라도 마음껏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랩미팅, 세미나, 학회에서 학생들이 질문과 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학회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눈높이가 비슷한 신진과학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별도의 세션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보다 능동적이고 소통을 잘하는 많은 후배연구자들을 양성할 수 있는 연구교육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합니다.”

또 하나, 최 교수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바로 ‘다각적인 관찰력‘이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볼 수 있어야 하고, 의외성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굴할 수 있는 만큼 다각도에서 연구결과를 고민하고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뇌혈관질환 진단·치료 바이오마커 활용 기대
세상에 존재하는 큰 힘 가운데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강력한 신념이다. 최 교수는 자신이 가는 길이 옳다는 불변의 믿음이 있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심사숙고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리면 목표를 향한 강한 신념으로 최선을 다해 과제를 완수한다. 그 결과 그의 연구는 고요하지만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순수한 열정과 노력을 오롯이 담아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다. 

이제 그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더하며 다시 한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적으로는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연구과제에서 도출한 연구성과를 후속과제로 연계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밖에 최근 해외의 한 교수로부터 자신이 제작한 유전자 변형 생쥐를 이용한 국제협력연구를 제안받았습니다. 대상 유전자는 제가 박사과정 동안 발굴했던 콜레스테롤 조절 유전자 후보(그림 3)들 중 하나여서 제게는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유전자의 콜레스테롤 대사 및 심뇌혈관질환에서의 역할을 검증하고 작용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합니다.” 

최 교수의 연구는 여러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예측된다. 새로 발굴된 유전자들의 심뇌혈관질환 진단·치료 바이오마커로서의 임상적 효용성이 확인되면 새로운 예방 또는 치료전략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개발되어 임상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Dabigatran(thrombin 억제제)과 Apixaban(Factor Xa 억제제)과 같은 새로운 표적 분자 억제제의 지속적인 발굴을 통해 치료법의 다각화 가능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의 바이오마커 시장에서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뇌경색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뇌혈관성 치매 또는 심혈관질환 치료 분야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관련 질환 기초연구 확장과 치료제 시장 진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3년 3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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