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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인터뷰]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 김봉수 원장

과학기술강국을 향한 길을 열다 국내 연구산업 육성의 주역으로 도약

국가 간 기술패권 경쟁의 가속화로 반도체와 인공지능 같은 초격차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R&D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제1차 연구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 국가 R&D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산업 육성 로드맵을 내놓았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연구산업 시장 규모가 40조 원으로 확대되고, 연구장비의 국산 비중이 2026년까지 20%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가 R&D 생태계 혁신을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시작된 가운데,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 연구산업 진흥 전담기관으로서 로드맵 추진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되었다. 공공연구성과 사업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더해 연구산업 육성까지 외연을 넓히며 과학기술강국을 향한 길을 열어가고 있는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의 김봉수 원장을 만나 기관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보았다. 
공공연구성과 기술사업화와 일자리 창출에 앞장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이하 진흥원)은 2007년 한국연구재단 부설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로 첫걸음을 내디딘 이후 2012년 ‘연구개발성과지원센터’로 변경되기까지 대형 사업단 성과관리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2014년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으로 명칭이 변경된 이후 201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고, 공공연구성과 활용 및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며 공공연구성과 기술사업화 전담기관으로서의 초석을 다져 나갔다. 

2018년을 기점으로 기관의 역할은 보다 명확하게 변화하게 된다. 당시 ‘과학기술기반 일자리창출’이 정부 정책의 중심이 되고, R&D 투자대비 경제적 성과를 나타내는 기술이전·사업화 성과가 저조하다는 ‘Korea R&D Paradox’ 현상이 문제점으로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공급자 위주의 R&D를 벗어나 민간영역과 공공 R&D를 연결하는 R&D 서비스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 목소리가 높아지자 대내외 환경 변화에 발맞춰 기관 사업도 변화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2018년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으로 기관 명칭을 변경하고, ‘공공연구성과 기술사업화 및 연구산업활성화 등을 통한 과학기술기반 일자리창출’을 핵심 미션으로 기관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을 재정립하기에 이른다. 

이후 진흥원은 기술과 시장을 잇는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며 여러 의미 있는 성과들을 남겨 왔다. 주요 추진 성과를 살펴보면, 대표적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청년TLO 육성사업’을 꼽을 수 있다. 이 사업은 미취업 이공계 학·석사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대학이 일정기간(6개월) 채용해 대학 보유기술의 민간 이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8부터 2020년까지 3년간 66개 대학에서 11,093명의 이공계 미취업 학·석사 졸업생을 ‘청년TLO’로 선발 지원해 6개월간의 활동 이후, 6,254명을 중소·중견기업으로 취업 연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2020년의 경우 3,680명이 청년TLO로 활동한 가운데 2,607명(71.7%)이 취업으로 연계되었는데, 그중 대학 소재 동일권역 내 취업 1,621명(62.1%), 중소·중견 기업으로 취업 1,385명(53.1%) 등의 성과가 발생해 지역 기업의 인력 미스매칭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2021년부터는 ‘기업연계 청년기술전문인력 육성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공계 학사, 석·박사 졸업생을 대학과 기업에서 채용·근무하도록 해 대학과 기업 간 연구성과 확산을 지원하고, 청년의 기술사업화 역량을 제고하는 사업이다. 2021년에는 28개 대학 720명의 전담인력이 활동했다. 

청년 기술사업화 전담 인력의 활동이 종료된 이후(2022년 2월 기준), 활동한 인력 중 370명(51.3%)이 취업에 연계되었으며, 2022년에는 28개 대학에서 725명의 청년 기술사업화 전담인력을 선발, 육성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 3년간 연구결과물이 시장성과로 이어지는 R&D 투자대비 생산성을 제고하고자 공공기술사업화 정책수립 기능을 강화해 ‘공공연구성과 확산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개연구’와 ‘기술의 확장성(OSMU: One Source Multi-Use, 기술실용화 종합지원 사업)’ 개념이 도입되었고, 현재 신규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2021년 한 해 동안 과기부 위탁 총 15개, 977.5억 규모의 사업 수행을 통해 공공연구성과 기술이전 5,083건(기술료 1,480억 원), 실험실 창업(6건, 일자리 창출 798명), 기술사업화 인력 양성(720명), 투자유치(281.5억) 등 기술사업화 성과를 창출했고, 기술사업화 지원 강화를 위한 기술설명회 개최, 수요기업 발굴 및 기술 컨설팅 활동을 통한 기술이전 지원 등을 수행했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미래선도연구장비 핵심기술개발사업 또한 향후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래선도연구장비사업단 주관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전자현미경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장비인 ‘고성능 에너지 분석기’ 개발에 성공해 세계 최대 현미경 분야 학술지인 ‘마이크로스코피 앤 마이크로애널리시스(Microscopy and Microanalysis, IF: 4.099)’에 지난 9월 게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과학기술정책 전문가 김봉수 원장 리더십 주목
올해 진흥원 사업은 기존 사업은 물론 신규사업 또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2022년 기준 과기부로부터 위탁받은 19개의 사업이 총 1,546억 원 규모로 진행 중으로, 2018년 사업 규모가 754억 원이었던 데 비하면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몸집이 커지고 요구되는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진흥원을 향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커지는 기대만큼 책임감과 부담도 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실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데에는 올해 1월 취임한 김봉수 원장의 리더십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김봉수 원장은 정부와 민간기업, 연구기관, 국제기구 등을 두루 거친 과학기술정책 및 기술사업화 전문가다. 

2000년대 중반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특구기획단 기획총괄팀장으로 ‘제1차 연구개발특구 육성종합계획’을 수립·집행했고, 2010년대 중반에는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서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투자펀드 확대, 투자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정책 방안 마련을 주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원천연구정책관(2020.8~2021.6)과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정책관(2021.8~2022.1)을 역임했고, 약 30년간 과학기술강국을 위한 기초·원천기술 R&D 인프라를 닦는데 공헌한 점을 인정받으며 진흥원을 이끌어 갈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오랫동안 공직에 몸을 담았지만, 공직에 종사하기 전에는 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벤처를 공동창업하며 CEO로 일한 경력도 있는 만큼 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다는 점도 높이 평가되었다. 
김 원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공공연구성과 기술사업화 및 연구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과학기술기반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50여 년 전 독자 기술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 라디오뿐이었지만, 지금은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매우 엄중합니다. 
국가의 장기 성장잠재력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은 물론 활용을 통해 질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진흥원의 역할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세부 추진사항들을 세심히 챙겨가겠습니다.”
경영혁신과 장기 전략 시스템 구축에 전력
김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술사업화와 관련된 산학연 유관기관,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며 기관이 추진할 핵심목표 발굴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공연구성과 사업화는 한 기관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여러 협력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실현 가능하다는 생각에서다. 

“외부 전문가와 유관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개방성, 공정성, 윤리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기술 가치는 곧 경제·사회적 성과로 이어지는 만큼 기술 창업, 사업화를 위해 연구개발 성과를 누구든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해 정보의 양과 질을 늘리고 필요한 곳에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기술이 실제로 시장에 진출할 경우 공급자와 수요자의 시각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초실험부터 사업화까지 단계별로 점검할 수 있는 독자적인 툴을 만들 계획이다. 
또 하나, 자체출연금 사업 확보에도 나선다. 진흥원은 100% PBS로 운영되어 인건비와 경상비를 과제 예산을 통해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고유과제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내년도 사업부터는 기획평가관리사업을 신규로 만들어 사업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구조화할 예정이다. 자체출연금 확보를 통한 사업은 연구성과 사업화와 기술창업, 연구산업육성 등을 위해 사용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공연구성과를 기술이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뒷단에 지원할 부분이 많습니다. 기술이전 이후 이전받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과 역량강화, 기술사업화 애로사항 컨설팅 등을 지도할 계획입니다. 또, 우리 벤처들이 해외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기 위해 스웨덴 관계기관과 내년 3월 포럼 개최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이전 후에도 기업들이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패키지 지원 사업을 자체출연금 확보를 통해 장기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사업이 확장되고 대내외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경영혁신과 내부 시스템 개편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합리적인 권한 위임을 통해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시키고, 내년 1월부터 연구 관리시스템 아이리스(IRIS)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진흥원은 과제기획, 공고, 평가, 선정, 정산 등 시스템 없이 수기로 작업해 효율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연구 관리시스템의 경우 후발주자로 늦긴 했지만, 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인력 활용의 유연성과 더불어 내부 활동내역 정보 및 활용, 차기 사업 확대 등을 도모할 것입니다. 올해는 내실을 다지고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연구산업 진흥 전담기관 지정으로 역할 확대  
올해 진흥원 사업에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분야는 연구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산업은 연구개발위탁서비스(CRO)부터 연구장비·재료 등 R&D 전 과정을 지원하는 산업을 말한다. 
지난해 4월 제정된 「연구산업진흥법」으로 해당 산업에 탄력이 붙게 되었고, 올해 8월 ‘연구산업이 주도하는 국가 R&D 생산성 혁신’을 비전으로 하는 ‘제1차 연구산업 진흥 기본계획(2022~2026)’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8월 31일 연구산업 진흥 전담기관으로 진흥원이 지정되어 ▲연구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수립 지원 ▲연구산업 진흥을 위한 생태계 조성 및 기반 마련 ▲연구산업에 관한 연구개발 지원 ▲연구산업에 관한 산학연 협력 지원 ▲연구산업에 관한 홍보·행사 지원 등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올해 투입하는 정부 R&D 예산이 30조 원에 달하고, 정부와 민간에서 투자한 R&D 투자총액은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R&D 투자대비 특허 건수는 12위, 지식재산 사용료 수입 비중은 23위로 저조하고, 중소기업 개발 기술의 사업화 성공률도 갈수록 하락하는 등 R&D 생산성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번 기본계획 마련으로 국가 R&D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졌다고 봅니다. 우리 기관도 추진전략을 체계적으로 이행해 우리나라가 연구산업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방침입니다.”

특히 이번 로드맵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부문은 연구산업진흥단지 조성과 연구장비성능평가 제도 시행으로, 내년부터 진흥원이 해당 사업 추진을 맡아 본격적으로 지원사격에 나서게 된다. 
먼저, 연구산업진흥단지 조성사업은 연구산업을 지역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연구산업 기업 등이 집적된 지역을 진흥단지로 지정하고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주문연구 기업, 연구관리 기업, 연구장비·재료 기업들이 일정 지역에 집적되고, 인근에 대학과 연구기관이 이들을 서포팅하는 구조로 조성된다. 

진흥원은 연구산업진흥단지 내 기관을 연계하고 협력을 활성화시켜 연구성과 이전을 통한 딥테크, 부가가치 높은 장비 생산,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연구장비성능평가는 해외장비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연구장비의 낮은 신뢰도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산 제품의 성능을 입증하고자 도입되는 제도다. 또한 국산 장비가 연구현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활용지원 사업을 마련하고 연구장비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국산 연구장비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연구장비 신뢰도를 높이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국산 장비를 활용한 연구자에 별도 지원을 계획 중이며, 우리나라 연구소에도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있는 만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추후 해외에서도 국산 장비를 도입해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합니다. 연구장비의 볼륨이 커지면 산업, 생산장비로도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진흥원은 과학기술강국을 향한 길 위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직면하고 있다. 김 원장은 무엇보다 소득의 원천인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함을 강조하며, 공공연구성과 이전의 효율화, 실험실 창업 확산, 연구산업 육성 등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말 등촌동으로 기관을 이전할 예정으로, 이전과 함께 기관명도 보다 직관적으로 변경해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방침이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2년 1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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