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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인터뷰] KIST 첨단소재연구본부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이성수 박사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플랫폼 개발

KIST 첨단소재연구본부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에서 고분자합성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 이성수 박사는 지난 5월 소형 모빌리티에 국한됐던 수소연료전지를 트럭, 지하철, 비행기, 선박 등 대형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성능 개선하는 연구에 성공했다. 
그의 연구 성과는 수소연료전지의 활용처를 넓힘으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 모빌리티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고온에서 구동할 수 있는 연료 전지 개발에 집중하다
현재 KIST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이성수 박사는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전공인 고분자합성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화학에 관심이 높았다는 이 박사는 미국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2008년 졸업했다.
당시는 리먼브라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초대형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던 때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이 박사는 한국의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진행하던 외국인 연구자를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약 8년을 학생연구원과 박사후 연구원으로 KIST에서 활동하며 고온에서 구동할 수 있는 배터리 연구에 매진하던 이 박사는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지속하였으며, 자신의 연구를 위해 더 넓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 박사는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날아가 로스알라모스 연구소(LANL)의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로스알라모스 연구소는 핵무기 개발 연구소로도 유명한데 이곳에서 이 박사는 고온에서 구동할 수 있는 연료 전지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KIST에 다시 돌아온 이 박사는 현재까지 같은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하며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있다. 

“LANL에서의 활동은 고분자합성에 대한 저의 관심이 더욱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곳에서 고분자합성과 이에 대한 전기화학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 뿐 아니라 직접 만든 소재가 연료전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엔 지금처럼 탄소중립이 큰 이슈가 아니었음에도 향후 이 기술이 중요해질 것이라 판단하고 연구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이 박사의 말이다. 
합동 연구 통해 이오노머 미세 다공성 구조에 영향 미치는 분산 용매 파라미터를 발견하다
최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수소 시장의 규모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박사가 연구하고 있는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가 갖는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장치로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공급하여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전기를 만들어낸다. 

전 세계에서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한 자동차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소형차를 제외한 트럭, 지하철, 기차, 비행기, 선박 등과 같은 대형 모빌리티에서의 활용은 아직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박사가 지난 5월 발견한 이오노머 미세 다공성 구조에 영향 미치는 분산 용매 파라미터는 고온-연료전지의 촉매층에 쓰이는 이오노머의 미세 다공성 구조를 조절해 별도의 냉각시스템 없이 고온, 무가습 조건에서 작동 가능한 수소연료전지를 만들 수 있다. 
로스알라모스 연구소(LANL) 김유승 박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개발한 이 플랫폼은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의 성능 향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소형 수소차를 넘어 수소 트럭·비행기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소형 수소차를 넘어 대형 모빌리티 시대의 발판이 되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의 반응을 통해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공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친환경 전원 공급 장치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수소연료전지 가운데 이온교환이 가능한 고분자 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고분자전해질 연료전지(PEMFC)는 비교적 무게가 가볍고 시동 시간이 빨라 가정용, 자동차용 전원으로 연구되고 있다.
PEMFC는 작동 온도가 높을수록 전기화학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불순물에 대한 높은 저항성을 갖기 때문에 고성능을 요구하는 트럭, 지하철, 기차, 비행기, 선박 등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100℃ 이상의 고온에서는 고분자 내 수분이 증발하면서 이온 전도도가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의 냉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증가하는 무게는 PEMFC의 효율성 저하로 이어진다. 때문에 냉각 시스템 없이 PEMFC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80~200℃의 고온·무가습 조건에서의 성능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이 박사팀이 개발한 이오노머의 미세 다공성 구조를 조절할 수 있는 플랫폼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이오노머의 미세 다공성 구조를 조절할 수 있는 플랫폼의 개발은 다른 연구를 진행하다 이루어졌다. 당시 이 박사팀은 고온-수소연료전지의 성능 개선을 목적으로 양성화된 포스폰산 이오노머를 만들기 위해 포스폰산(RPO3H2)을 함유하는 고분자와 술폰산(RSO3H)을 함유하는 고분자를 균일하게 섞을 수 있는 분산 용매를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다 분산 용매에 따라 만들어진 복합 이오노머 캐스팅 필름의 투명도가 다른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이오노머들로 이루어진 복합 이오노머인데 분산 용매에 따라 나오는 필름의 형태가 다른 것을 알게 된 연구팀은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느꼈고, 이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연구 결과, 이 박사는 미세 다공성 구조를 가지는 이오노머는 고온-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이오노머의 분산 용매와 양성화된 포스폰산 이오노머의 미세 다공성 구조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파라미터를 발견했다. 

연구에 사용된 이오노머는 포스폰산을 함유하는 고분자와 술폰산을 함유하는 고분자를 블렌딩한 복합 이오노머이다. 복합 이오노머 내에서는 산의 세기가 더 센 술폰산의 수소가 포스폰산으로 전달되어 양성화된 포스폰산이 형성된다. 
이러한 포스폰산 이오노머의 미세 다공성 구조 형성은 분산 용매의 산의 세기에 의해 결정됐다. 이는 전하를 띤 포스폰산 고분자와 분산 용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했다. 

이어 연구팀은 블렌딩을 하지 않은 포스폰산을 함유하는 고분자 자체 또는 술폰산을 함유하는 고분자 자체의 캐스팅 필름에서는 다공성 구조가 생성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또한 이오노머의 다공성의 정도가 커질수록 반응 기체인 산소와 수소의 접근성이 빨라져 고온-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이 좋아진다는 것을 발견, 이오노머의 미세구조 또한 성능에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이오노머의 분산 용매만 바꾸어 산-염기 상호작용으로 미세구조를 조절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 박사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이오노머의 미세구조를 조절한다면 고온-수소연료전지의 성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박사는 자신의 연구 성과에 대해 다양한 환경을 조성해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KIST는 연구 자율성이 매우 높습니다. 연구비 지원에서도 그렇고 분석 장비 혹은 연구 시설이 매우 뛰어납니다. 훌륭한 환경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를 고안하고 진행한 것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에 계시는 김유순 박사님과 저희 학생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연구에 집중하다
현재 상용화 과정이 진행되고 있는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은 앞으로 전 세계적인 시류,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맞물려 더욱 확대될 것이다. 
시장이 확대되면 될수록 다음 세대를 위한 발전 방향에도 깊은 고민이 이어질 것이다. 이 박사는 이 같은 고민들이 전기차와 수소차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박사는 “앞으로 수소차가 효율적인 형태로 생산되고 높은 내구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잘 구동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분리막과 이오노머입니다. 분리막과 이오노머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까지 산성 전해질을 기반으로 구동하는 전지들이 많았다면 차세대 전지는 알카리성 환경에서 구동할 수 있는 전지가 더욱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알카리 전지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수소를 생산하고, CO₂를 연료화시키는 전기화학 소재도 만들 수 있다. 이에 이 박사는 알카리 환경에서 사용이 용이한 분리막과 이어노머 등의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이 외에도 분리막과 이오노머의 효율성 향상을 위해 금속 공기 전지와의 기술 접목, 수전해 소재 개발, 암모니아나 이산화탄소를 사용한 전지 개발 등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탄소 중립이라는 큰 목표를 두고, 그 아래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후 세대를 위해서는 다음 세대를 위한 연구들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 박사의 바람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유례 없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 박사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다음 세대를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이 박사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취재기자 / 박아영(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2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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