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교수님 인터뷰] 인하대학교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함형철 교수

양자역학 기반 시뮬레이션 통해 신촉매 물질 개발 그린 수소 저장용 암모니아 합성 신촉매 설계 가이드라인 제시
양자역학 기반 시뮬레이션 통해 신촉매 물질 개발
그린 수소 저장용 암모니아 합성 신촉매 설계 가이드라인 제시



최근 탄소 중립과 수소 경제의 정착을 위한 선결 과제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소 저장 및 운송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한 여러 방법 중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저장하는 방법이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하버-보슈법을 이용한 암모니아 합성은 고온, 고압의 반응 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천연가스 등의 화석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인하대학교 화학공학과 함형철 교수 연구팀은 양자역학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여 그린 수소를 이용해 생산하는 그린 암모니아의 생산 공정 핵심인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을 위한 고성능 ‘헤테로더블원자’ 촉매 소재를 개발했다.

함 교수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화학공학과로 유학 후 양자역학에 기반 한 원자 레벨 모델링, 계산 반응 공학, 표면 화학을 연구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KIST에 복직하여 선/책임연구원으로 양자역학 계산과학을 사용한 고성능 에너지 변환용 소재 개발에 관한 이론적인 설계를 약 8년간 수행했고, 현재 인하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화학공학 인력 양성과 더불어 신소재를 개발 중이다. 


수소 경제 정착을 위한 그린 암모니아 공정 핵심 고성능 촉매 주목
고성능 에너지 개발을 위한 신촉매 연구에 매진해 온 함 교수는 연료전지 상용화를 위해 필수적인 고효율 수소저장물질 개발에 주목했다. 특히, 함 교수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암모니아의 활용 가능성에 공감하고, 기존의 암모니아가 가진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연구를 지속했다. 
상온, 상압조건에서 전기화학적 질소 환원을 통해 생성된 암모니아는 탄소 배출과 에너지 사용량을 줄일 수 있는 수소 저장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암모니아의 상온, 상압 전기화학적 합성 공정은 촉매의 높은 과전압과 낮은 선택도 때문에 개발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또 실험을 통한 신촉매 개발은 직접 분석의 어려움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가 동반되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었다.

현재 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저장하는 방법이 가장 주목받고 있고, 암모니아는 현재 산업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만큼 기반이 잘 구축되어 있어 도입이 용이하다. 다른 여러 수소 저장 물질들에 비해 부피당 수소 저장 밀도가 크며, 수송 과정이 단순하고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은 암모니아 공정상의 단점 등을 감안할 정도이며, 탄소 중립과 수소 경제 정착을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 없이 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생산한 그린 수소를 이용해 생산하는 그린 암모니아가 주목받는다. 그린 암모니아 생산 공정의 핵심은 상온, 상압 전기화학적 질소 환원 반응을 위한 고성능 촉매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고성능 N2RR 촉매 개발을 위해, 슈퍼컴퓨터 및 밀도범함수 기반의 양자역학 계산을 이용해 촉매의 분산도와 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루테늄 기반의 헤테로더블원자 촉매를 설계했다. 
특히 헤테로더블원자 촉매에서 존재하는 앙상블(담지체 내의 헤테로 원자의 배열 방법), 도핑원자(헤테로더블원자간 전자 전달), 스트레인(헤테로더블원자간 거리) 효과 등이 암모니아 합성 성능과 선택도에 미치는 상대적 기여도를 밝혀냈다. 
양자역학 시뮬레이션 통해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 위한 고성능 신소재 개발
함 교수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양자역학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을 할 수 있는 고성능 ‘헤테로더블원자(이종 2개의 단일금속원자로 구성된 촉매)’ 촉매 소재를 개발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양자역학 계산 기법을 활용해 촉매 활성 변화의 원인을 밝혀 촉매 설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론적 발견은 기존의 하버-보슈 화학 공정(400~500℃의 고온, 150~300 기압의 고압 조건에서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합성)
을 대체해 탄소 배출 없이 상온, 상압에서의 암모니아 합성을 가능하게 한다. 

기존에 전기화학적 질소 환원을 통한 암모니아의 상온, 상압 합성 공정은 촉매의 높은 과전압과 낮은 선택도 때문에 개발이 매우 어려웠고, 직접 분석의 어려움과 많은 시행착오가 동반되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적 접근 방법은 성공적 촉매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양자역학 계산을 통해 촉매 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원자 수준의 촉매, 서로 다른 2개의 원자가 쌍으로 존재하는 헤테로더블원자를 설계했다. 

연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구팀은 3d 전이금속이 도핑된 루테늄 기반의 ‘헤테로더블원자’ 촉매 표면에서 암모니아 합성 반응 메커니즘의 원자 레벨 해석을 통해 이론적인 반응 효율을 계산해 성능 변화의 원인을 규명했다. 
또 도핑된 전이금속에 의해 발생한 앙상블, 도핑원자, 스트레인 효과 등이 촉매 활성점의 전자 구조를 변화시켜 N₂RR 활성 변화를 유도하고, 특히, 루테늄-철(RuFe) 더블 촉매가 루테늄 단일 원자 촉매에 비해 성능이 증가함을 예측했다. 

아울러, 전자 구조 분석을 통해 산소의 P 오비탈과 헤테로더블원자의 dXZ와 dXY 오비탈의 강한 상호작용/오버랩이 암모니아 합성 성능을 결정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헤테로더블원자 촉매의 컴퓨터 탐색을 가속하기 위해서 암모니아 합성 효율을 예측할 수 있는 간단한 디스크립터로써 NH₂ 흡착에너지를 도출해 촉매 탐색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사용해 주기율표의 금속원자들의 조성 조합을 통해 새로운 헤테로더블원자 촉매 탐색을 수행해 추가적으로 루테늄-오스뮴(RuOs)을 발견했으며 암모니아 형성 과전압이 루테늄 단일 원자 촉매에 비해 약 36% 감소되어 촉매 성능 향상을 예측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연구 과정을 거쳐 설계된 헤테로더블원자는 촉매의 이용률과 활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특히 단일원자촉매보다 36% 이상 높은 활성을 예측해 ‘헤테로더블원자’ 촉매가 새로운 활성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함 교수는 “수소, 연료전지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필수 조건 중의 하나는 수소 저장 물질의 개발인데 암모니아는 CO₂ Free이며 높은 수소 저장 밀도를 갖고 있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며 “상온, 상압에서 잉여 전기를 사용해 물과 질소로부터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루트이지만 효율이 낮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개발한 헤테로더블원자 촉매는 상온, 상압조건에서 경제적으로 전기화학적 암모니아 합성 반응을 가능하게 해 그린 수소 저장 기술 확보를 할 수 있어 탄소중립과 수소 경제를 앞당기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촉매 탐색 가이드라인 제시
이번 연구는 신촉매 개발뿐 아니라 촉매 활성 변화의 원인을 밝혀 촉매 설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암모니아 합성 촉매를 합리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슈퍼컴퓨터와 양자역학 계산을 활용해 헤테로더블원자 촉매에서 전기화학적 환원 반응 메커니즘 해석 및 성능 변화의 원인을 규명해 촉매 활성을 대표하는 디스크립터를 발견해 촉매 탐색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사용해 주기율표의 금속원자들의 조성 조합을 통해 촉매 후보 물질을 빠르게 탐색하고, 이 과정에서 루테늄(Ru) 단일원자 촉매에 비해 성능이 향상된 헤테로더블원자 촉매를 개발했다. 

이 같은 연구 성과를 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원자 수준의 촉매는 상용 금속 및 합금 촉매와 전자 구조가 전혀 달라 기존의 해석방법으로 설명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 그러다 ‘촉매 반응의 핵심은 촉매와 반응물의 결합이고, 이것의 본질은 둘 사이의 오비탈 상호작용/오버랩’ 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착안한 새로운 양자역학 기반의 해석 방법을 도입해 원리를 규명할 수 있었다. 

함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양자역학 계산이 미지의 암모니아 합성 반응에 대한 원리 규명과 헤테로더블원자 촉매 개발 시간 단축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연구에서 활용된 계산 모델과 설계된 헤테로더블원자 촉매는 암모니아 합성뿐 아니라 다른 전기화학반응 촉매 연구에도 적용될 수 있어 관련 분야의 연구자들과 산업의 진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탄소 중립을 위한 그린 암모니아 생산 공정 원천 기술 확보와 연료전지의 조기 상용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꾸준한 연구 통해 상용화 가능한 촉매 개발 목표
함 교수는 앞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촉매의 성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이번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수소 연료 전지의 상용화와 이를 위한 고내구성, 고성능의 촉매를 만드는 것이 연구 목표다. 이를 위해 백금을 줄이는 촉매 개발, 수소 저장 물질 촉매 개발 등 탄소 중립을 통해 지구 환경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를 개발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함 교수는 지구 온난화, 기후 변화의 위기 속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연구자로서 기후 변화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에너지 개발에 사명감을 갖고 있다. 

함 교수는 “현재 지구 환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화제가 된 시대”라며 “화학공학자로서 탄소 중립 사회의 실현을 앞당기는 것은 불가피한 소명이다”라고 말했다. 
또 “에너지와 환경 위기의 근원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전지의 필수적인 촉매 소재를 양자 및 원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할 것”이라며 “대학교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이러한 시뮬레이션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계획 중 하나”라고 전했다. 

원자 및 분자 시뮬레이션을 통한 에너지, 환경 관련 문제 해결을 연구 방향의 가장 중심으로 두고 있는 함 교수는 연구의 지속과 함께 이러한 연구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인재 양성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에 촉매 소재를 연구하는 차세대 연구자를 육성하고자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함 교수는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수행하고 있는 주제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 습득이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Why’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져서 연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이에 학부생들에게 전공과목을 강의하는 경우에 전공과목이 실제 산업과 연구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제시하고 있으며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연료전지, 수소 에너지에 사용되는 촉매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해당 분야에 리더가 될 수 있는 차세대 연구자 육성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함 교수는 “연구자에게는 무엇이든 이유를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현상에 대해서 그냥 받아들이지 말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어떤 일이든 원인을 궁금해해야 한다. 끊임없이 이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면 연구에 답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뿐 아니라 삶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유와 원인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창의적인 답을 나올 수 있게 한다. 이에 연구자들도 이 같은 자세로 연구를 하다보면 창의적 성과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취재기자 / 김지혜(reporter2@s21.co.kr)

  •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2년 7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