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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성균관대학교 공과대학 나노공학과 전일 교수

친환경 바이러스를 사용한 고효율 태양전지를 구현하다

성균관대학교 성균나노과학기술원(SAINT) 나노공학과 전일 교수팀은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고 깊이를 더해 다양한 소자에 응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탄소나노튜브’ 전극을 활용한 접히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바이러스를 사용한 고효율 태양전지’ 인증서를 확보하는 등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재료 연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자 응용에 집중하다 
어린 시절 영국에서 자란 전일 교수는 옥스퍼드대학에서 화학과 학부와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국내 대기업에서 5년 가까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일을 하며 편광판, 광학필름, 퀀텀닷 등과 관련된 업무를 진행했다. 

당시 디스플레이에 유기합성을 이용한 표면 처리, 3D TV 등을 연구했던 전 교수는 기업연구소에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다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동경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영국에서 자랐던 만큼 영어는 자신이 있었지만, 제2외국어인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기술의 기반이 일본이라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동경대로 박사과정을 진학했어요. 당시 유기 태양전지 분야가 굉장히 인기가 있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 기술과 유사했기에 고민 없이 유기 태양전지 연구실로 진학했어요. 일본이 소재 강국인 만큼 소자보다는 소재에 중점을 두고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일본에서 축구공 모양의 탄소 재료인 풀러렌(Fullerene)을 연구하던 전 교수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포스닥 과정을 통해 같은 탄소동소체이지만 튜브 모양으로 형성된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 연구를 진행했다. 
풀러렌이나 탄소나노튜브는 매우 오래된 재료로, 당시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유행하던 그래핀(Graphene)과는 달리 좋은 논문을 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인기 있는 재료를 쫓아 연구 흐름을 따가는 것보다 장인정신을 갖고 특정 재료를 깊이 연구하는 것이 전 교수가 영국과 일본에서 영향을 받은 연구방식이었다.

전 교수는 이후 풀러렌과 탄소나노튜브 연구를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왔으며, 현재는 그래핀에 대한 연구까지 함께 진행하며 태양전지, 광 센서, 배터리 등 다양한 소자에 응용하고 있다. 

“저희 학문의 바탕은 재료 중심의 연구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행을 타지 않고 전통적인 재료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소자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유행을 지향합니다. 
재료와 달리 소자는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에 발맞추어야 최근 학계와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에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자 중심이 아니라 재료 중심의 연구를 하는 만큼 타깃 소자가 바뀌어도 같은 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적용 할 수가 있습니다.”

탄소나노튜브 기반 투명 폴더블 전도성 필름 개발 및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응용 성과 이뤄
전 교수 연구팀은 2021년 2월 탄소나노튜브를 활용하여 접을 수 있는 초박막 폴더블 투명전극을 개발하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 응용하여 고내구성과 고효율을 증명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유·무기 혼합 페로브스카이트 결정구조를 광 흡수층으로 활용하는 박막형 태양전지로 광전변환효율이 높고 유연화할 수 있어 차세대 휴대용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접거나 구부릴 수 있는 휴대용 디바이스의 전원으로 활용하려면 하부 투명전극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전 교수 연구팀은 이에 착안해 그물 형태의 탄소나노튜브의 빈틈과 거친 표면을 폴리이미드로 보완한 투명전도체를 개발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태양전지 자체만을 접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투명전극을 접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일반적으로 폴더블 스마트 폰에는 폴리이미드나 초박막 유리기판이 적용되는데 기판 위에 올라가는 ITO 투명전극이 충분히 유연하지 않아 완벽하게 접히는 폴더블 폰은 현재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ITO의 한계는 탄소나노튜브 전극을 사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데 탄소전극은 유연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지닌 좋은 후보 물질이지만 내부의 빈 공간들과 거친 표면 때문에 하부 전극으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 교수가 개발한 투명전도체는 폴리이미드와 탄소나노튜브가 나노복합체로 합쳐진 구조이다. 

“폴리이미드는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 중에서는 가장 열 내구성도 높고, 기계적 특성도 가장 좋아요. 다만 문제는 폴리이미드는 약간 노란색을 띄어 투명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폴리이미드를 초박막으로 엄청 얇게 만들고 탄소나노뷰브와 융합하면 기계적 특성을 유지하면서 투명도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화전 폴리이미드가 탄소나노튜브의 빈틈을 메워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전 교수는 폴리이미드를 액체 상태에서 고체 상태로 경화를 시키며 임베딩해 거친 표면, 무산소 도핑 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고, 이렇게 개발된 투명전극은 접힘 조건(0.5mm 굽힘 반경)에서 1만 회 반복 사이클에도 초기 성능이 유지되는 높은 유연성을 보였다.
이 투명전도성 필름은 앞으로 폴더블, 롤러블 디바이스와 같은 고 유연성 전자소자에 전극으로 사용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소개되었다. 전 교수팀은 이러한 성과와 더불어 2021년 9월에는 바이러스를 사용한 고효율 태양전지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1년 전인 2020년, 전 교수 연구팀이 최초로 바이러스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사용했던 기술을 유전자 조작을 통해 한 차원 발전시킨 후속작이다. 
일반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분자 첨가제나 단분자 첨가제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재료는 환경문제가 발생할 뿐 아니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전 교수가 연구를 위해 사용한 M13 박테리오파지는 기존 부산대학교 오진우 교수팀이 연구에 사용하던 박테리아로 섬유상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이 박테리아는 우수한 자기 조립 특성이  있으며 유전자 조작을 통한 기능성 부여를 통해 다양한 응용 분야에 널리 적용되고 있는 차세대 바이오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M13을 활용해 박테리오파지가 첨가된 페로브스카이트 용액의 온도를 90℃로 올려 페로브스카이트 필름을 제작하면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그레인(Grain) 사이에 M13 박테리오파지가 뭉침 현상 없이 자리 잡아 첨가제로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M13 박테리오파지들이 뭉치지 않고 일자로 퍼지면서 페로브스카이트 용액 내 분산도가 좋아져 페로브스카이트 결정 형성 시 품질이 향상됐다. 
M13 박테리오파지가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의 성장 템플레이트(Template, 형판) 역할과 함께 패시베이터(Passivator, 보호) 기능을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적당히 분해된 M13 박테리오파지를 포함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20.1%의 광전효율을 기록하며 M13 박테리오파지가 없는 소자의 17.8% 대비 더욱 향상된 효율을 얻게 되었다. 
이후, 유전자조작을 통해 M13 박테리오파지의 성능을 더욱 향상시켜 23.6%를 기록했고 국가연구기관인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효율 인증 또한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무해하고 길이나 사이즈가 일정해 사용이 편리하고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때문에 최근 자원 고갈 및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고가의 유기합성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 물질로써 앞으로의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전 교수와 부산대 오 교수, 일본 코토대 김형도 교수가 각각 교신저자로 참여한 한·일 국제 공동연구로,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 사업과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소재 디스커버리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 연구는 바이오트로닉스의 시대를 열 차세대 소재의 태양전지 내 활용 방법을 규명함으로써 친환경적 바이오 소재 응용의 기틀을 마련한 데 그 의미가 있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2021년 9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스(Advanced Energy Materials)’에 온라인 게재됐다. 
기존 성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 추진 ‘최초’의 사이언티스트를 꿈꾸다
전 교수팀은 풀러렌 안에 물질을 담을 수 있는 내포 풀러렌(Endohedral Fullerene)을 연구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유일한 연구팀이다. 
전 교수는 이러한 내포 풀러렌을 태양전지 최초로 응용했다. 현재는 내포 풀러렌의 특성을 활용해 양자 컴퓨팅에 활용할 수 있는 소자를 개발하기 위한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전 교수는 앞으로도 내포 풀러렌을 통해 다양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다른 연구 계획으로는 CO₂를 활용하여 나노탄소 투명 전극을 개발하는 연구이다. 전 교수팀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전도도가 높은 탄소나노튜브 투명 전극과 그래핀 투명 전극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나노탄소 재료들이 포집된 CO₂를 사용하여 합성될 수 있는 만큼 전 교수는 이러한 기술을 더욱 발전 시켜 기후변화 대응 탄소 절감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저희는 무엇이든 ‘최고’ 보다는 ‘최초’로 하는 연구팀이 되고 싶어요. 더불어 영국과 일본에서 공부한 만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함에도 코로나 19로 인해 연구 활동의 반경이 좁아져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와 그동안 쌓은 국제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영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연결고리로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싶다는 전 교수. 
무엇이든 ‘최고’ 보다는 ‘최초’의 사이언티스트로 활동적이고 국제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싶다는 그의 연구와 세계적인 활동이 재료 연구에 대한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동시에 글로벌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열쇠가 되기를 기대한다. 

취재기자 / 박아영(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2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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