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소재 융합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다
연구관리 솔루션 및 스마트 소재 개발 기업 ㈜인실리코 최승훈 대표
운동선수나 학생이 1등을 한 이유는 그 훈련방식이나 공부법이 남과는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 비즈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이라는 치열한 경쟁의 무대 위, 단 한 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과 다르고,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이처럼 남과는 다른 것이 경쟁력임을 보여준 기업이 바로 ㈜인실리코다.
㈜인실리코는 고효율 저비용의 연구개발을 위한 컨설팅, 연구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고 특수 기능성 마이크로캡슐, 친환경 비불소계 섬유발수제와 같은 스마트 소재를 개발·생산하며 관련 시장을 독보적으로 선점하고 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남과는 다른 제품, 남보다 앞선 서비스로 고객에게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던 ㈜인실리코의 고객을 향한 진심이 통한 결과다.
끊임없는 자기혁신으로 도약의 전기 마련
인실리코는 IT와 화학의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고효율·저비용의 새로운 방법론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신물질 개발 및 시스템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인실리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과 정체성은 사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 생체 내 실험을 ‘인 비보(In-Vivo)’, 생체 외 실험을 ‘인 비트로(In-Vitro)’라고 하는데, 이에 착안해 생겨난 생명정보학 용어가 컴퓨터 실리콘 칩에서의 실험, 즉 컴퓨터 상에서의 가상실험을 뜻하는 ‘인 실리코(In-Silico)’다. 따라서 인실리코는 회사의 기반 기술인 IT와 화학의 융합기술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생명정보학 분야에서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살펴보면 신약 후보 물질의 숫자는 무척 많습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화학물을 전부 실험하기에는 천문학적 숫자의 비용이 소모되기 때문에 그 중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몇 가지를 추출해 실험하게 되는 것이죠. 이 때 컴퓨터 가상실험을 통해 물질의 특성을 예측,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기술을 인실리코 테크놀로지(Insillico Technology)라고 하는데 여기서 착안해 사명을 인실리코로 짓게 되었습니다.”
인실리코는 2002년 최승훈 대표가 ㈜인실리코텍을 설립하면서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당시 ㈜삼성 SDI 중앙연구소 CAE Group에서 분자설계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최승훈 대표는 분자설계 기반의 효율적인 물질을 개발하고, 직원과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 불었던 벤처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벤처 버블이 붕괴되던 혹한기였던 만큼 설립 초기의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최승훈 대표는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한 도전’을 이어 나갔다.
2002년 분자모델링 세계 최대 다국적 기업인 다쏘시스템 BIOVIA 한국지역 기술 컨설팅 계약을 체결한 이후 2003년 과학기술부 뉴프론티어사업의 일환인 수소 저장 물질 개발, 2005년 농업진흥청 Biogreen21사업의 일환인 DDS용 peptide 및 고분자 설계 과제, 2008년 지식경제부 전략기술개발사업의 일환인 정보전자용 π계 광전자 소재 개발, 2010년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과제 등 정부과제 수행을 기반으로 빠르게 안정화를 이룰 수 있었다.
2011년 판교 테크노밸리 코리아바이오파크로 사옥을 이전하며 전열을 새롭게 가다듬은 최승훈 대표는 컨설팅과 솔루션 구축으로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를 담아 2012년 연구정보관리 솔루션 ‘TechneMine 1.0’을 출시, 독자적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특히 2013년 기능성 소재 전문기업인 ㈜폴리크롬을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2014년 9월 두 회사가 합병, 인실리코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합병을 계기로 분자 모델링과 데이터 마이닝 기술 등을 통한 소재 설계부터 실험, 제조, 데이터 및 품질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의 워크 플로어가 구축됨에 따라 사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발수제 개발과 생산을 위해 15억을 투자해 2015년 안산 제2공장을 준공하면서 점차 성장의 속도를 높여 나갔다. 이듬해에는 지워지는 마이크로캡슐과 고온발색 마이크로캡슐, ‘TechneMine 2017’을 출시, 독보적으로 시장을 선점하며 인실리코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난해 안산공장에서 우수한 세탁 내구성과 발수력을 보유한 비불소계 친환경 섬유 발수제 양산체제에 돌입한 인실리코는 사업 확대를 위해 안산공장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불소계 염료를 사용한 의류제품의 판매가 전면 금지될 예정입니다. 7조원대의 거대 시장이 열리는 것이죠. 기존의 발수제는 불소계였지만 인실리코의 발수제는 인체에 해가 없는 비불소계 유·무기 혼합형 나노 복합 고분자를 이용해 환경 피해를 완벽하게 방지할 수 있는 신개념 친환경 발수제인 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 연말 안산공장 증축을 마치고, 발수제 생산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연구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테크네마인(TechneMine)’
인실리코는 생명·재료 과학 분야 IT 솔루션, 정밀 화학 소재 분야 스마트 소재, 분자모델링 및 시스템 구축 컨설팅 서비스 등 세 가지 핵심 사업을 주축으로 한다. IT 솔루션과 스마트 소재의 연구개발 초기 단계부터 실험, 생산, 판매, 컨설팅 서비스에 이르는 전 과정의 혁신적인 협업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IT 솔루션 사업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연구정보관리 솔루션 ‘테크네마인(TechneMine)’이다. 테크네마인은 개별 관리되던 연구 정보를 중앙화해 효율적으로 수집, 공유, 활용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R&D 플랫폼이다. 시약재고, 물질특성, 연구노트가 하나로 통합된 플랫폼으로 연구개발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미국 글로벌 기업조차도 소재 개발 과정에서 이미 실험을 거친 연구 30% 가량을 다시 반복합니다. 개발자가 이직하거나 과거 데이터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기업조차 이러한데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죠. 이뿐 아니라 연구노트 작성과 검색에 40%의 시간을 소비하거나 실험한 정보의 비균질성으로 인해 분석 오류를 경험하는 등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소재 개발 기업이라면 보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연구관리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이처럼 연구개발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최승훈 대표가 착안한 솔루션이 바로 테크네마인이다. 예를 들어 이차전지 소재를 개발하면 다양한 물질 간 결합과 공정실험을 거치게 되는데, 이 때 기존 연구자가 이직하거나 담당업무를 변경할 경우 후임 연구자가 연구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연구개발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테크네마인을 적용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주요 기능을 살펴보면, 테크네마인은 실시간으로 보유 시약 및 재고 현황을 파악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킨다. 화학구조와 샘플 정보, 시약 보관 위치 및 잔량 정보를 함께 관리하며, 바코드 시스템과 연동해 손쉽게 반입·반출을 수행한다.
또한 기업 내 연구개발 과정에 사용하는 화합물의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산재된 물질 특성 정보를 등록하고 검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저장된 물질 특성을 활용, 최적의 물질을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
연구 과정에서 산출되는 실험 내용 및 연구 성과를 기록해 전자 문서로 저장하고, 필요 시 검색, 재활용함으로써 연구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은 물론 다단계를 거치는 연구개발 과정을 흐름도로 구현하고 흐름도를 기반으로 연구노트를 관리한다. 따라서 분산된 담당 연구자에게 개별 단위 실험의 수행을 요청하고, 요청 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
아울러 21 CFR Part 11 국제 표준 규정에 따라 전자 기록과 서명의 신뢰성을 보장하며, 연구 데이터에 대한 분쟁 발생 시 등록된 연구노트를 검증해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독보적 기술력, 스마트 소재 개발로 꽃 피우다
인실리코는 스마트 소재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불안정하거나 지속성이 약한 유효성분을 고분자 또는 유무기 복합제로 코팅해 안정성을 증대한 특수 기능성 마이크로캡슐이 대표적이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감온 마이크로캡슐, 빛에 따라 색이 변하는 감광 마이크로캡슐 등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빛을 받았을 때 색깔이 달라지는 소재를 감광색소라고 하고, 열을 받았을 때 색깔이 달라지는 소재를 감온색소하고 합니다. 실내에서는 안경으로 사용하다가 야외로 나가면 선글라스로 색이 바뀌는 렌즈, 담긴 물의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컵 등에 이용된다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 물질들이 제품화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 사이즈의 캡슐이 필요한데 인실리코에서는 이러한 기능성 마이크로캡슐을 전문으로 제조 판매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캡슐의 주력 제품군을 살펴보면, 먼저 감온 마이크로캡슐인 ‘Chameleon T Series’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특수 감온 색소를 포함하는 마이크로캡슐 제품이다. 색상은 여러 종류가 있으며, 변색하는 온도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 색상 또는 온도에 따라 원하는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얻을 수 있다.
‘SpyBall’은 온도에 따라 색이 사라지거나 다시 나타나는 특징을 지닌 제품으로, 캡슐 내부 물질의 화학 구조 변화에 의해 특정 온도 이상이 되면 색상이 사라지고 특정 온도 이하에서 색이 나타난다.
‘Chameleon UVC Series’는 빛에 의해 색이 변하는 광 변색 색소를 포함하는 마이크로캡슐이다. 광 변색 색소는 빛에 의해 가역적인 색상 변화를 일으키는 색소로, 자외선(태양광)에 노출 시 발색되고 빛을 차단하면 본래의 색을 띠게 된다.
‘AromaBall’은 지용성 액체 향료를 마이크로캡슐로 가공해 향 지속성을 높여준 제품으로, 액체의 향료를 고형화함으로써 사용자의 용도와 목적에 맞게 여러 가지 형태로 제조할 수 있다. 입자의 크기, 향 지속성 등과 같은 물성은 사용 목적에 따라 조절 가능하다.
마이크로캡슐과 함께 스마트 소재 사업의 핵심 제품으로 친환경 섬유 발수제를 꼽을 수 있다. 유무기 하이브리드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 비불소계 신개념 친환경 발수제 ‘EcoFit®’은 환경적 이슈를 반영한 인실리코의 차세대 핵심 제품이다.
기존 불소계 발수제는 섬유의 표면만을 개질해 물 분자가 통과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나 신개념 ‘EcoFit®’ 발수제는 섬유 속까지 깊숙이 침투해 섬유와 결합하기 때문에 발수제 손실이 최소화돼 세탁 내구성이 우수하다. 2020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불소계 염료를 사용한 의류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되는 만큼 친환경 발수제 사업을 확대해 회사의 미래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이밖에도 인실리코는 고객 요청에 맞춰 가상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최적의 신규 조성물을 설계하는 신소재 개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분자모델링과 정보학으로 실험을 대신해 원하는 목적 특성을 가진 화합물 후보군을 추출한 후 새로운 화합물 설계의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품질 관리, 규제 준수, 정보관리 플랫폼 등 고객의 사이트에서 업무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속성장하는 행복한 일터를 꿈꾸다
인실리코가 조직 운영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소통’과 ‘행복’이다. 많은 부분의 업무가 컴퓨터와 자동화된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만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소통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는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시킬 수 없다. 이에 따라 인실리코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으며, 최승훈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행복한 직원이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만큼 직원들이 일하면서 행복한 회사,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당당한 나, 신뢰하는 우리, 더불어 행복한 기업을 모토로 인실리코만의 특별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인실리코의 4가지 핵심가치는 따뜻한 존중, 행동하는 열정, 소통하는 팀웍, 함께하는 행복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인실리코어라고 부르죠. 인실리코어 선언 후 지난 2015년 인실리코 전사 워크샵에서 ‘우리의 행복지수 높이는 25가지 비법’을 만들었습니다. 인실리코인 모두가 인실리코에 머무는 동안에는 언제나 늘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핵심가치와 25가지 비법이 표현된 동영상, 마우스패드를 제작해 실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매년 업무시간 내에 4시간의 야외활동이 가능한 ‘아우팅(OUT!ng)’, 판교와 안산 두 사업장 직원들이 매년 3회에 걸쳐 만나 팀웍을 다지는 ‘W. B. C.’, 매월 넷째주 화요일 최승훈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 다과와 티타임을 즐기는 ‘훈이 티타임(대표이사 간담회)’은 물론 사내 동호회의 활동비를 매달 지원하며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밖에도 장기 근속자 및 우수사원에게 포상 여행을 제공하는 여행 프로그램, 자율 출퇴근제 시행을 통해 일과 가정의 균형있는 삶을 지원하는 한편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의 상징적 의미로 모든 직급을 과감히 없애고, ‘마스터’라는 하나의 단일 호칭을 사용하면서 따뜻한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인실리코 임직원들은 ‘더불어 행복한 기업’이 되기 위한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 한사랑장애영아원과 결연을 맺고, 전 직원이 1년에 두 번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10명 내외의 직원들이 매달 한 번씩 방문해 봉사하는 기쁨을 나눈다.
“사회로부터 기업이 혜택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팀웍이 생기고,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다는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동시에 얻는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남을 돕는 것에서 기쁨을 찾는 것보다 오히려 제가 봉사를 받았다는 기분을 가지고 집에 돌아오게 된다는 점이죠.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들 수도 있지만 봉사를 마치고 차에 올라타는 순간의 행복감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숨겨진 기쁨입니다.”
인실리코는 최적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래에 필요한 신소재를 개발해 인류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인실리코의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블루오션을 창출하며 IT & 소재 융합 기술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다. 직원들이 행복한 기업, 지속성장하는 기업 인실리코의 질주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8년 6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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