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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SIA 회장님 인터뷰] (사)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박한오 회장

연구장비산업의 혁신으로 글로벌 과학기술 강국을 꿈꾼다


우리나라가 추격형에서 선도형 R&D로 전환하려는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선도형 R&D로의 체질 개선을 위해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핵심 인프라인 연구 장비와 분석 용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외국산 연구 장비에 의존해 데이터를 얻는 것만으로는 세계 일류, 창조적인 연구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세계를 선도하는 독창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국내 연구장비산업의 육성 및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연구장비산업 경쟁력 제고를 연구산업 혁신의 주요 전략과제로 추진, 정책적 관심도를 높여가고 있고, 민간에서는 업계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해 온 '한국분석과학기기협회'가 지난해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로 명칭을 변경하며 본격적인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특히 올해 3월에는 국내 바이오 벤처 1호 기업으로 유전자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주)바이오니아의 박한오 대표가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국내 연구장비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도형 R&D 전환 위해 연구장비산업 육성 절실
과학기술은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지식과 신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국가 핵심동력이다. 우리나라가 원조받던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경제 강국의 일원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민간에서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전문인력 양성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현실은 선진 기술·장비 도입, 생산성 향상, 시장 진입, 경쟁성 확보라는 패러다임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주적 핵심기술 개발과 미래성장을 이끄는 창의적 기반연구, 즉 기초과학 및 분석과학 연구 분야에 대한 육성체계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국내 연구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많은 연구비가 해외로 유출되어 국내 연구 활동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관련 인재육성, 고용 창출로의 파급효과도 저하한다.
또한, 첨단연구 장비를 통한 분석이 창의적 연구개발의 기반인 만큼 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외국산 분석기술, 장비를 통해 얻은 데이터가 아닌, 우리만의 독자적인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투자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분야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고, 추격형 성장에서 선도형 성장으로의 전환을 위한 첨단 연구개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주된 원인 중의 하나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핵심인 연구장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이 산업의 체계적인 육성, 발전을 도모하지 못한 데 있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첨단 연구장비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선도형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새로운 연구장비는 개발국에서 우선 자국의 연구개발 목적과 특성에 맞게 개발하고 충분히 활용한 뒤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장비를 수입해 사용할 경우 국내 연구진이 수행 중인 연구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효과가 떨어진다.
따라서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고 차별화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국산 첨단 연구장비를 활용해 연구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벨과학상 수상뿐 아니라 추격형에서 선도형 R&D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연구장비산업 육성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현재 국내 연구장비기업들의 기술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고, 국산 장비로도 충분히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새로운 툴을 개발하고 이를 연구현장에서 이용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의 진보를 이끄는 패러다임을 우리도 충분히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국산 연구장비를 통해 세계 최초의 연구성과를 창출한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노벨과학상을 휩쓰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 출범,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다
새로운 분석기술, 연구장비 개발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증대하면서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산업 혁신성장전략’의 주요 전략과제로 ‘고급연구장비 국산화 확대 및 해외 진출’을 포함했다. 분석기술·장비에 관한 산업 육성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최상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연구개발 생산성을 극대화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연구장비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이 시기 또 하나 고무적인 사실은, 연구장비산업 육성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할 한국분석과학기기협회가 설립되었다는 점이다.
2017년 1월 5일 창립총회를 열고 첫발을 내디딘 한국분석과학기기협회는
△상호협력 증진: 회원 간 상호협력 증진 및 국제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 발전에 이바지
△제반사업 수행: 관련 산업체 간 네트워크를 통한 유기적 협업, 제반사업 수행, 지식·기술 및 시장 정보의 수집 및 배포
△기술역량 확충: 국내 분석과학기기산업의 기술역량 확충, 국산화 촉진 및 해외 진출 확대 지원

등 크게 세 가지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협회는 설립 직후부터 연구장비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2017년에는 전략적 협업 및 공조체계 구축을 비롯해 정부 정책 제안, 정보공유, 기술인력 교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데 중점을 두고, 한국기초과학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상호협력 협약 체결, ‘연구산업 진흥 전략’ 포럼 개최, 위탁연구과제 수행(국산 연구장비산업 실태조사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획 연구, 국산 연구장비 신뢰성 평가를 위한 중장기계획 수립) 등의 활동을 추진해 나갔다. 

2018년에는 연구장비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 및 증진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연구장비산업 혁신성장 전략 TFT 구성을 통해 세부 추진전략을 제안했으며, 위탁연구과제(수요자 인식조사를 통한 국산 연구장비 신뢰성 평가 기획연구, 국산연구장비 육성 및 개발을 위한 국내외 시장동향 조사, 과학벨트와 연계한 국내 연구장비 활성화 방안 연구)를 수행하며 연구장비산업의 대표기관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또한 연구소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맺은 것은 물론 한국석유관리원과의 교류 간담회,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방문 등 유관기관 교류를 통한 네트워크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2019년은 협회와 연구장비산업의 본격적인 도약을 알린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5월 10일 협회 명칭을 (사)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로 변경, 연구장비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기관으로 정체성을 더욱 명확히 하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갔다.
이를 기점으로 협회는 연구장비산업에 대한 위상 제고와 호의적인 분위기를 끌어내고, 회원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잰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을 주제로 포럼을 개최해 이미 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배 기업들의 시장 진출 노하우를 후배 기업들에게 공유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한편 한국분석과학회와 소재·부품 분석기술자문단을 출범 시켜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분석기술 자문에 나섰다.
현장에서 발생한 분석상의 애로사항을 자문단에 의뢰하면 협회의 분석장비개발 전문가들을 포함한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최적의 해결책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산업통상협력 개발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몽골 석유품질 관리를 위한 국산장비 실험실 인프라 구축을 제안하고, 대전과 세종시의 연구장비산업 종합지원센터 구축 논의 등 지자체 요구, 과기정통부 및 중소벤처기업부 요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연구장비산업 육성을 위해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외연 확장에 주력
이처럼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는 회원사의 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국내 연구장비산업의 중심축으로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주)바이오니아 박한오 대표가 신임회장으로 취임해 연구장비산업 활성화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성공적 진출, 과학기술 발전 주인공으로서의 위상 제고 등 새로운 전기를 예고했다.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는 우리의 토양에서 현대 과학기술의 핵심인 분석과학기기를 개발, 생산하는 산업을 육성, 발전시킴으로써 과학기술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는 핵심역할을 할 것이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우수인력의 고용을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아울러 회원사의 성장과 발전이 협회의 성공은 물론 국가, 인류에 공헌하는 길이라는 인식 아래 적극적으로 활동을 확대해 나갈 방침입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현재 협회는 교육훈련, 고용지원, 인증 브랜드, 경쟁력 강화, 연구장비 정책 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인 추진사업은
△교육훈련: 연구장비 기술인력 양성, 인재양성 협업체계 구축, 협회 부설 공동훈련센터 운영
△고용지원: 맞춤형 인재 Pool, 구축현장 전문인력 고용지원, 해외 진출 및 고용 증대
△인증 브랜드: 협회 인증 브랜드 추진, 국내 연구장비 신뢰성 검증제도 추진, 협회 주관 전시 사업 추진, KOICA 프로젝트 추진
△경쟁력 강화: 제조업체 기술교류 활성화, 국산장비 특화 지원체계 구축, 비즈니스 컨퍼런스 개최, 신제품 신기술 홍보
△연구장비 정책: 현장 의견 반영한 정책 수립, 법제화 추진, 연구개발 정책 활동 지원 등이다.

 
특히 박한오 회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콘테스트를 개최해 입상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예를 들어 특정 바이러스를 정해 이를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 콘테스트를 진행하고, 여기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제품에 대해 해당 바이러스 발병 시 표준 인증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지금의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실효를 거두는 것은 물론 향후 미국 ALDA와 같은 기관으로 외연을 더욱 넓혀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에 있는 한국연구장비산업협회라 할 수 있는 ALDA(Analytical Life Science and Diagnostics Association)는 분석·생명과학 및 진단협회로 생명과학 연구, 신약 개발, 임상 및 분자 진단에 사용되는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 최대 공급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으며, 분석 및 생명과학 회원사의 경우 관련 시장에서 전 세계 매출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규모가 크다.

박한오 회장은 ALDA를 롤모델로 삼아 국내 분석기기, 진단장비, 연구장비, 생명공학 기업들을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협회의 영역과 역할을 확대해 연구개발부터 제품 생산, 글로벌 시장 진출, 시장점유율 확대까지 상호협력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주)바이오니아, 연구장비 해외 진출의 선봉에 서다
박한오 회장이 1992년 설립한 (주)바이오니아는 ‘생명공학 연구용 제품의 국산화’를 목표로 세워진 국내 바이오 벤처 1호 기업이다.
생명공학, 분자진단, 신약개발,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의 역사를 써 내려온 유전자 기술 분야의 독보적 강자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 효소 연쇄반응)용 효소 및 Primer(합성DNA)과 PCR, Real-time PCR 장비를 개발해 상용화했으며, 세계적 규모와 수준의 DNA 합성센터를 준공하는 등 지속적으로 시장을 개척해 왔다.

특히 자체 개발한 원천기술과 특허를 기반으로 완성한 분자진단시스템, 초정밀 RNA 검출기술이 적용된 분자진단키트를 통해 다양한 질병의 동시진단과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있다.
(주)바이오니아의 분자진단은 신종플루 진단시스템 공급, 지카다중진단키트(세계 최초로 WHO EUAL 등재) 개발, 에이즈 바이러스 정량분석키트(CE-IVD List A(최고 등급) 획득) 개발 등 최고의 R&D와 생산력을 자랑한다.

또한 차세대신약개발기술로 부각되고 있는 RNAi(RNA interference)를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주)바이오니아의 SAMiRNA™(Self-Assembled-Micelle inhibitory RNA)는 단일분자 나노입자형 RNAi 신약 기술로 국내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중국에 원천특허로 등록되어 있으며, 다양한 전임상을 통해 효능과 독성, 부작용 없음이 검증된 안정적인 플랫폼 기술이다. 
특발성폐섬유화증 치료제, 고형암 치료제, 비대흉터(켈로이드) 치료제, 탈모방지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국내외 연구기관 및 제약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18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한국인 산모의 모유에서 LB. gasseri BNR17® 균주의 분리동정에 성공했다. BNR17®은 과학적으로 검증된 식품의약품안전처 최초 체지방 감소 개별인정형 유산균으로, 세계 10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으며 인체 적용시험과 비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를 확인했다.
바이오니아는 자회사 (주)에이스바이옴을 설립해 해외기술 이전 및 국내외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활발한 비즈니스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립할 당시의 작은 목표는 이미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보다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회사의 핵심가치인 Innovation, Value, Discovery를 바탕으로 분자진단과 RNAi 치료제 분야에서 전 세계 생명공학 전문가들과 Open innovation을 통한 협력연구도 지속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울러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류의 건강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최근 (주)바이오니아를 향한 세계 시장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진단키트와 분자진단용 장비, 추출시약 등에 대한 수출을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분자진단검사와 관련해 유전자추출 장비와 추출용 시약, 유전자를 증폭해 분석하는 Real-Time PCR 장비, 분자진단키트를 토탈솔루션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주)바이오니아를 선두로 그동안 연구개발에 매진해 온 국내 연구장비 기업들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해외 진출의 선봉에 서 있는 박한오 대표가 그동안 쌓아 온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향후 국내 연구장비 산업을 어떻게 세계 시장으로 이끌어갈지 기대가 크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0년 5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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