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비침습적 진단·관리 트렌드 제시, ‘Nature’ 게재
신 박사 연구팀의 출발점은 인간의 피부가 가진 ‘보이지 않는 호흡’이었다. 우리의 피부는 끊임없이 주변 공기와 신호를 교환하며,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고 외부 분자가 침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미세한 상호작용에는 건강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수많은 단서가 숨어 있다. 연구팀은 바로 그 지점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피부 표면에서 일어나는 기체 흐름은 측정이 까다롭다. 움직임이 미세하고, 피부에 부착되는 센서는 작고 가벼워야 하며,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관련 연구의 진전은 더뎠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의 생리학적 접근을 넘어 공학적 해법을 제시했다.
“피부는 외부와 내부를 잇는 가장 넓은 생체 경계입니다. 이 경계를 통해 오가는 기체의 흐름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면, 인체의 반응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공학적 도구를 적용해 양방향 기체를 실시간으로 읽어내는 방법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피부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수일 이상 다양한 기체 흐름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완전 자립형 웨어러블 센서다. 이 장치는 배터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무선통신 기능이 일체형으로 통합되어 외부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수증기, 이산화탄소, 유기화합물 등 여러 종류의 기체가 피부를 통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흥미롭다. 흐르는 개울물을 손바닥으로 막아 그 유속을 측정할 수 있듯, 피부를 넘나드는 기체의 흐름길을 작은 전자–기계식 밸브로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그 흐름길에 기체 분자가 차오르거나 서서히 고갈되는 것을 측정한다. 이때 얻은 데이터를 다시 한번 분석하면, 피부를 넘나드는 기체의 방향과 속도를 정밀하게 산출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피부 위에 그대로 구현한 것이 이번 기술의 핵심이다.
이 시스템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응용 가능성이 검증되었다. 연구팀은 우선 개인위생 상태를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센서를 이용해 샤워를 억제한 피험자들의 액와부 기체 흐름을 연구한 결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액와부 유기물 증기의 흐름이 지수적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인 피험자는 3~4일을 씻지 않아도 측정값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인에게 흔히 발견되는 ABCC11 유전자 변이와 관련된 인종적 특성과 일치하는 결과였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통해 생활 속 위생 상태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 다른 상처 치유 실험에서는 감염군과 비감염군의 쥐 50여 마리에 디바이스를 부착해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방출량 변화를 관찰했다. 감염된 개체에서는 VOC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고, 항생제 투여 후에는 즉시 하락했다. 반면 대조군에서는 수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 결과는 센서가 감염의 발생과 진행, 그리고 회복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량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장치 개발을 넘어 의학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토콜 설계와 검증이 병행된 연구였다.
“기술이 의학적 신뢰성을 갖추려면, 센서를 만드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생체 환경에서 어떤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죠. 이번 연구는 감염이 진행되는 순간부터 회복되는 시점까지, 피부를 넘나드는 기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수치로 확인한 첫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팀은 피부를 통한 기체 흐름 분석이 생리학적 진단뿐 아니라 위생, 감염, 회복 등 폭넓은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했다. 기술적 정교함과 생체 응용의 가능성을 함께 입증한 본 연구는 그 혁신성과 학문적 의의를 인정받아 2025년 4월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되었다.
의료·미용·위생 등 실질적 산업 응용 연구 가속화
신 박사는 이번 연구를 “발명에 가까운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기존 시스템을 개선하는 연구가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측정 방식을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뚜렷한 이론적 모델도, 참고할 선행연구도 없었다. 연구팀은 아이디어를 곧바로 실험으로 옮기고, 결과를 토대로 원리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번 연구는 정해진 길이 없는 여정이었습니다. 매 순간 새로운 시도를 하며 가능성을 좇았죠.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실험으로 옮기고 서로의 생각을 맞대보는 과정에서 길이 열렸습니다. 동료들과 나눈 짧은 대화, 즉석에서 만들어 본 3D 프린팅 시제품 같은 사소한 순간들이 예상치 못한 해답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웨어러블 시스템은, 피부를 통과하는 기체 흐름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최초의 기술로 평가된다. 눈에 보이지 않던 생리적 현상을 수치 데이터로 변환함으로써, 피부를 통한 비침습적 진단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 기술의 의의는 의료 응용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우선 체내 수분 균형 모니터링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 장비가 주입된 약물·수액과 배출된 소변만으로 수분 출입을 계산했다면, 이 디바이스는 피부를 통해 증발하는 ‘보이지 않는 손실(insensible water loss)’까지 정량화할 수 있다. 이는 중환자 처치의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의 생리적 안정성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된다.
또한 상처 회복 과정의 변화를 수치로 평가할 수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연구팀은 드레싱 패치에 센서를 직접 결합한 운드 드레싱(Wound Dressing)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상처 부위의 수분 손실 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정상 피부와의 차이를 기준으로 회복률을 계산함으로써, 육안 판단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 기술은 감염 감지에도 확장된다. 센서 모듈을 VOC 센서로 교체하면, 상처 부위의 냄새 패턴으로 감염 발생과 균종까지 식별할 수 있다. 감염이 진행되면 VOC 농도가 상승하고, 항생제 투여 후에는 즉시 하락하는 변화가 실시간으로 포착된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다음날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피부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변화들은 모두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신호를 기술로 읽어내면 몸의 회복과 감염, 수분 균형까지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죠. 지금은 응급의학과, 성형외과, 일반외과 교수님들과 함께 임상 환경에서 이 기술을 최적화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연구팀은 앞으로 병원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센서의 형태와 폼팩터를 조정하고, 실시간 데이터 해석 알고리즘을 개선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고정밀 가스 센서를 결합해 냄새 신호를 통한 원인균 추적까지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전을 꾀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상품화 연구가 진행된다면 전문 의료기기, 피부미용기기, 개인위생기기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실질적 시장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의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신재호 박사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존 A. 로저스(John A. Rogers) 교수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는, 국내 신진 연구자와 세계적 석학이 협력해 세계 최고 수준의 논문을 발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한국 젊은 연구자들이 국제 무대에서 탑클래스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모델로 기록된다.
‘숨 쉬는 기술’, 인간과 환경의 공존을 꾀하다
신 박사 연구팀은 피부 위의 기체 흐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술 외에도, ‘호흡’을 공학적으로 재해석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인체의 생리적 원리를 모사해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2024년과 2021년에 발표된 두 편의 주요 논문으로 구체화되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필터 교체가 필요 없는 미세 버블 공기 정화 시스템을 선보였다. 인체의 폐와 순환계를 모사한 이 기술은 물을 이용해 공기 중의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동시에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 여과식 필터가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저하되고 폐기물이 발생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녔다면, 이번 시스템은 액체 내를 순환하는 미세 버블이 지속적으로 기체 교환을 유도하는 원리를 적용해 효율 저하 없이 작동한다. 연구팀은 물의 흐름을 혈액 순환에, 버블을 폐포(alveoli)에 대응시켜 설계함으로써, 마치 ‘인공 폐’와 같은 순환형 정화 시스템을 구현했다.
“우리는 인간의 폐가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공기를 정화하는 원리에 주목했습니다. 그 과정을 공학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형태의 순환형 공기 정화 시스템을 설계했죠. 거름망처럼 막히지 않고 스스로 순환하며 기체를 교환하는 기술, 그 단순하면서도 정교한 구조가 바로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연구팀은 실내·차량·사무공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해 이 기술이 대형 시스템으로도 확장 가능함을 입증했다. 친환경적 구조와 지속 가능한 효율을 동시에 확보한 이번 성과는 2024년 10월 국제학술지 ‘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2021년에는 코로나 팬데믹을 전후로 ‘다이나믹 에어 필터(Dynamic Air Filter)’ 개념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 이 연구는 ‘상황에 따라 스스로 호흡 특성을 바꾸는 마스크’라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기존 마스크가 한 번 정해진 여과효율만을 유지한 채 착용자의 상태나 환경에 반응하지 못했다면, 다이나믹 에어 필터는 호흡 패턴과 주변 오염도에 맞춰 필터의 미세공 구조를 실시간으로 조절한다.
이 장치는 센서, 에어펌프, 인공지능 제어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자가 운동 중이거나 공기가 깨끗할 때는 통기성을 높이고, 반대로 오염이 심하거나 사람이 밀집된 환경에서는 자동으로 여과효율을 강화한다. 즉, 한 장의 마스크로 덴탈·KF80·KF94 수준의 성능을 상황에 따라 구현하는 지능형 호흡 보호 시스템이다.
“코로나19는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감염병 시대의 예고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또 다른 ‘넥스트 코로나’가 올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감염병 시대의 새로운 표준이 될 기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결국 사람의 호흡과 환경을 모두 지키는 안전망이 될 것입니다.”
이 연구는 ACS Nano에 게재되었으며, 이후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마스크 및 환경 정화 시스템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EBES, 새로운 발견을 향한 탐사적 연구의 현장
신 박사가 이끄는 연구실의 명칭은 ‘EBES(Exploratory Biomedical Engineering and Science)’다. 이름처럼 이곳은 의용생체공학(Biomedical Engineering)과 과학(Science)의 경계를 탐험하는 실험적 연구의 장이다. 설립된 지 이제 2년 남짓이지만, 신 박사와 두 명의 박사후연구원이 함께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목표로 몰입하고 있다.
연구실의 철학은 명확하다. ‘10~20%의 개선’이 아닌 ‘존재하지 않던 것의 창조’. 신 박사는 이를 ‘Binary Difference’, 즉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로 표현한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타나는 그 순간, 그 차이가 비로소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는 의미다. 이 철학은 연구실의 모토인 ‘Pauca Sed Matura(적지만 잘 익은)’에도 녹아 있다.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Karl Friedrich Gauss)가 남긴 말로, 양보다 질, 그리고 완성도의 깊이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EBES 연구실이 추구하는 ‘원천주의’와 ‘본질주의’는 바로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저희는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조금씩 다듬는 연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누군가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해 세상에 없던 기술을 만드는 일에 집중합니다. 연구가 산업의 변화를 촉발시키는 ‘기저의 촉매’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죠.”
이러한 철학은 연구 문화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EBES는 ‘필요(Problem)’에서 출발해 스스로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이후 유사 연구의 존재 여부를 검증하는 방식을 택한다. 남의 길을 먼저 보면 사고가 그 틀에 갇히기 쉽다는 이유다. 그래서 신 박사는 연구원들에게 “논문을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조언한다. 직접 손으로 실험을 반복하고, 예상치 못한 ‘랜덤 이벤트’를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진짜 발견이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이미 존재하는 것의 변형일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예기치 않게 마주치는 ‘우연한 발견’ 속에서는 상상력을 넘어서는 신선함이 피어납니다. 진짜 새로운 연구, 진정한 창의력은 ‘생각’이 아니라 ‘발견’에서 비롯된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발견은 결국 실험실에서 보낸 시간에 비례합니다. 수많은 실험이 쌓일수록 우연이 발견되고, 그 우연이 혁신의 시작점이 됩니다.”
현재 EBES 연구실은 ‘호흡기 분자진단’ 플랫폼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체의 생리적 반응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질병을 조기 감지할 수 있는 완전 비침습 진단 체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우리가 상상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면, 결말도 뻔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진짜 흥미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계획이 어긋나거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성장이 일어납니다.”
‘호흡’의 언어로 생명을 탐구하다
신 박사의 연구가 처음부터 ‘호흡’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5년간 근무하며 공정과 소재를 다뤘고, 다시 모교로 돌아와 기계공학으로 진학했을 때만 해도 그는 순수한 엔지니어였다. 박사과정 초반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플렉서블 전자소자나 센서를 제작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나 2016년, 한 가족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의 연구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중환자실 앞에서 두 달을 보냈습니다. 생사의 경계를 지켜보며 ‘내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처음으로 명확해졌죠. 사람을 살리는 기술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때부터 연구의 방향은 레이저에서 바이오·메디컬로 옮겨갔다. 특히 가족이 호흡 부전으로 세상을 떠난 경험은 그의 연구 화두를 ‘호흡’으로 구체화시켰다. 호흡은 인체가 외부와 맞닿는 가장 취약한 접점이자, 생명 유지의 마지막 경계선이다. 그는 이 미세한 경계를 기술로 지키는 연구—호흡기 보호, 비침습 진단, 기체 기반 모니터링 등으로 방향을 정립했다.
박사학위 이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메디컬 디바이스 연구를 본격화했고, 202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자리를 옮겨 독립 연구를 시작했다. 불과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미세 버블 필터(2024)와 완전 비침습 웨어러블 센서(2025)를 연이어 개발하며, ‘호흡’을 매개로 한 신개념 생체 진단 플랫폼을 구축해 냈다.
그에게 질병 진단 연구는 기술 개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기술이 본래 가치 중립적이지만,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는 연구는 그 자체로 선(善)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질병 진단은 치료의 시작이며, 누구나 약해질 수 있는 순간에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그에게 이 연구는 사회에 선한 손을 내미는 행위이자, 기술이 인간을 향해 다시 숨을 불어넣는 일과 다르지 않다.
끝으로 신 박사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후배 연구자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을 빠르게 대체해 가는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더 치열하게 질문하고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가 한 번도 잃어본 적 없는 ‘지적 우위’를 이제 곧 넘겨줘야 할지 모르는 시대, 그는 가만히 있으면 도태될 뿐이라 말한다.
“연구자는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릴 존재가 아니라, 그 위에 올라타 더 멀리 나아가야 할 항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파도가 몰려올 때 어떤 사람은 ‘이제 침몰하겠다’고 절망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이 파도를 타면 재밌겠는데?’라고 생각하죠. 저는 그 후자의 시각을 믿습니다.“
앞으로도 그의 연구는 ‘호흡’과 ‘기체’를 키워드로 이어질 예정이다. 호흡은 생명과 환경, 인간과 기술을 잇는 가장 본질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전에 없던 기술로 생명을 이해하고, 진정성 있는 연구를 이어가고자 한다. 언젠가 연구자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날, 자신의 길을 돌아보며 “나는 진심으로 연구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신 박사. 그 하나의 바람이, 오늘도 그의 연구실에 조용한 숨결을 불어 넣고 있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