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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인수일 교수

이산화탄소 활용,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인공 광합성 연구를 진행하다

융합과학자인 인수일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방문 교수 시절에 접한 기후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에 관심으로 가지고,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실증형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이산화탄소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대체에너지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를 에너지로 만드는 고안정성 광촉매를 개발했다.

친환경 융·복합 에너지 집중 연구
친환경 에너지 연구자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에너지공학전공 인수일 교수는 1973년 서울 출생으로 인하대학교(학사)와 한국과학기술원(석사)을 거처 2008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촉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덴마크 공과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후 연수연구원으로 신재생에너지 연구를 시작한 인 교수는 2010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자원화 연구를 담당했다. 
이후, 2년 뒤인 2012년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 부임해 대외협력처장 등의 보직을 역임하며 연구는 물론, 학교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인 교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친환경 융·복합 에너지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화학, 전기화학적 탄소자원화 연구 등 다양한 접근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인공광합성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미생물을 활용하여 오폐수를 정화하면서 수소를 생산하는 미생물 연료전지 연구 및 반영구적 핵전지 또는 생체에너지에 기반을 둔 하이테크 한방침 연구를 진행 중이다. 

기후 변화 대응 가능한 고안정성 광촉매 개발
오랜 기간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자원화에 대해 연구해 온 인 교수는 지난 2020년 8월 이산화탄소를 에너지로 만드는 고안정성 광촉매를 개발했다.

이산화탄소는 모두 알고 있듯이 이상기후를 일으키는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산화탄소를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전 세계의 많은 연구팀들이 이산화탄소를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공광합성을 통해 온실가스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광촉매 연구는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이다. 하지만 이 연구에 일반적으로 연구되고 사용되는 이산화티타늄 광촉매는 큰 에너지 영역인 자외선만을 흡수하고 촉매 활성을 보이는 등 제약 조건이 많다.

인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 흡수가 우수한 환원된 이산화티타늄 주촉매와 산화구리 조촉매를 사용해 고안정성의 광촉매를 개발했다.
“구리는 이산화탄소 흡착도가 높고, 저렴한 물질로 알려져 있어 광촉매에서 조촉매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리는 공기 중에서 빠른 산화가 일어나며 많이 산화될수록 낮은 이산화탄소 전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구리 물질을 기존의 환원된 이산화티타늄과 접합해 이종 구조를 형성하고 구리의 산화를 방지하고자 했습니다.”라는 인 교수의 설명이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모사해 개발한 이번 광촉매는 산화구리 조촉매와 환원된 이산화티타늄 주촉매의 이형 구조 밴드 갭 구조로 설계했다.
조촉매로 사용된 산화구리는 이산화탄소 환원 반응에 더 많은 전자를 이동 시켜 에너지 전환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새롭게 개발된 광촉매는 기존의 이산화티타늄 광촉매에 비해 자외선뿐 아니라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흡수해 더 많은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인 교수의 연구팀은 희석된 이산화탄소 조건에서 연구팀의 산화구리-이산화티타늄 촉매가 기존의 환원 이산화티타늄 촉매보다 10배 더 많은 양의 메탄을 생성하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또 특정 기체상 화합물의 함량 측정기인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분석으로 개발된 광촉매의 안정성을 측정한 결과, 42시간 동안 우수한 안정성이 확인됐다. 
인 교수는 이렇게 탄생한 광촉매제가 이산화탄소 저감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과 대체에너지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0년 7월 16일 촉매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 279호에 온라인 게재됐다.
반영구적 사용 가능 ‘염료감응 베타전지’ 개발
인 교수의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대한 연구 성과는 이 외에도 무궁무진하다. 2020년 7월에는 값비싼 반도체 대신 저렴한 염료를 사용해 만든 ‘염료감응 베타전지(Dye-Sensitized Betavoltaic Cell)’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IT와 같은 다양한 기기의 발달로 점차 배터리 시장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다만 이차전지의 경우, 안전성에 대한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성능 향상도 한계치에 도달한 듯 보인다. 
또한, 기존의 전지는 잦은 교체 주기를 가지고 있어 폐기물 발생 등 환경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며 안정적인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베타 전지는 원자력전지의 한 종류로, 원자핵 내의 핵분열로 생성된 베타전자가 방사선 흡수체와 충돌로 인해 내부의 전자가 들뜨면서 전류가 생성되는 전지이다. 
안정적인 전력생산과 긴 수명, 높은 에너지 밀도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독립전원으로 사용 가능하여 접근성이 어려운 극지, 해양, 우주 환경의 전자기기, 사물 인터넷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베타 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에도 상용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값비싼 소재와 복잡한 제작 공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배터리로써 베타 전지의 성능에 주목하고 있던 인 교수의 연구팀은 기존의 베타전지에서 방사선 흡수체로 사용된 값비싼 반도체 물질을 루테늄 계열의 ‘N719’ 염료로 대체했다. 
또한 베타선을 방출하는 동위원소로 ‘탄소-14(Carbon-14)’를 적용해 기존 베타전지가 가진 복잡한 구조를 단순화했고, ‘탄소-14’를 나노입자로 만들어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인 교수는 지속적인 염료감응 베타전지의 성능실험을 통해 베타선원인 ‘탄소-14’에서 방출된 전자 대비 3만 2천 배의 전자를 생성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아울러 10시간 동안 안정적인 전력을 생산하는 점도 확인했다. 

인 교수는 “베타전지에 사용된 ‘탄소-14’는 약 5천730년의 반감기를 가지고 있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연구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값싼 염료를 적용하여 새로운 베타전지 개발에 성공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방사선기술개발사업으로 진행됐으며,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Chemical Communications’ 52호에 2020년 7월 4일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인 교수는 지난해 12월 ‘귀금속 나노입자가 도금된 다공성 침’을 개발하기도 했다. 대구한의대 이봉효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는 귀금속 나노입자를 적용한 기술을 다공성 침에 접목한 것으로, 향후 한의학·대체의학 분야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래 항공우주산업에 관심, 관련 연구 도전할 것 
인 교수가 이처럼 놀라운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까닭은 그 자신만의 연구철학 때문이다. 
“과학자도 꿈을 꾸어야 합니다. 어떠한 연구의 아이디어가 있을 때 두려움 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 되는 점을 먼저 떠올리기보다는 가능성을 파악하고 과감하게 시작하는 것이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입니다.”라는 인 교수의 연구철학이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다양한 에너지와 관련된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 교수가 진행하는 분야 역시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 아직 상용화를 위한 길은 먼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 교수의 도전적인 아이디어와 다양한 시도가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아티스 산업과 총 100만 불(13억 6000만 원) 규모의 연구비 투자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티스 산업은 미국 나스닥 상장기업으로, 헬스 케어, 의료 폐기물 및 환경 기술 부분에서 장기적인 가치 창출을 목표로 다양한 혁신적 기술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시 협약에는 미국 기업과 협력해 인 교수 연구팀이 이산화탄소를 자원화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 단계까지 연구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나 실증 연구의 핵심시설인 솔라타워 인수가 좌절되고 고철로 매각되면서 연구가 중단되는 아쉬운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인 교수는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방문 교수로 있으면서 기후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융합연구의 실증과 사업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다양한 연구를 통해 기초과학과 공학이 자본을 만나서 어떻게 세상을 이끌어 가는지 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반영구적인 친환경 핵전지를 개발하여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을 바탕으로 인류가 환경과 에너지자원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초일류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인 교수는 연구뿐만 아니라 학교와 지역 사회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 명문대학 조정 축제, 졸업식 퍼레이드, 지역 경제연구소의 산파 역할을 했고 의용소방대와 자율방범대 등의 봉사활동을 하며 살신성인의 자세를 이어오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나 기업의 자문을 하면서 과학의 대중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자신의 연구를 통해 인류가 더욱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 과학자로서의 책임감과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최근 인 교수는 코로나19로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또 다른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방문 교수로 있던 당시 2020년 1월 미국 CES에 참관한 이후, 갖게 된 미래 항공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은 친환경 도심 항공교통 연구로 옮겨 갔다.
연구에 필요할지도 몰라 어렵게 항공기 조종 면허증과 미국적십자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취득했다. 

인 교수는 “앞으로의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어요. 기후 환경과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는 것은 물론 연결선상에 있는 미래 항공우주산업에 관한 연구도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라며 항상 많은 도움을 주는 동료 교직원, 학생과 이웃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취재기자 / 박아영(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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