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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님

T 세포 관련 연구로 항암제 개발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길을 제시하다
한양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 최제민 교수님 인터뷰



생체의 내부 환경이 외부인자인 항원에 대하여 방어하는 현상인 ‘면역’은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고 치료할 수 있는 해법으로 오래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우리 몸의 대표 면역 세포인 T 세포(T cell)는 흉선에서 유래하는 림프구로 면역에서의 기억능력을 가지며 B 세포에 신호를 제공하여 항체 생성을 도울 뿐만 아니라 세포독성 면역에 주된 역할을 한다. 한양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과의 최제민 교수는 2018년과 2019년 T 세포 연구를 통해 항암 면역치료 물질을 개발하고 방관자 T 세포의 역할을 규명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내놓으며 관련 분야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고 있다.

T 세포 활성 유도하는 폐암 전이 치료제 개발
키티나아제는 키틴분해효소로서, 식물이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데 사용하는 물질이다. 효소 활성을 잃어버린 돌연변이인 키티나아제 유사 단백질 Chi3l1은 유전적으로 보존되어 인간에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Chi3l1 단백질이 인간의 몸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기존 연구에 따르면 Chi3l1 단백질은 알레르기 질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제민 박사팀의 연구가 나오기 전까지 Ch3il1이 T 세포와 같은 적응면역 세포의 활성에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다.

한양대학교 최제민 교수는 이 같은 점에 착안, Chi3l1이 과연 도움 T 세포의 활성 및 분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다. 지속된 연구 끝에 2018년 T 세포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인자로서 Chi3l1의 기능을 규명했다.
연구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 Chi3l1 적중 쥐의 폐 조직 면역반응 현상을 동료 연구자와 토론하던 중 ‘Chi3l1 이라는 유전자가 T 세포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라는 호기심을 갖게 됐고 유세포분석법으로 간단한 실험을 해본 결과 Chi3l1 유전자가 없으면, 인터페론감마(IFNγ) 사이토카인이 현저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이에 최 교수는 Chi3l1 적중 쥐로부터 분리한 T 세포로 연구를 시작하였고, T 세포 특이적인 Chi3l1 적중 쥐를 제작하여 심도 깊은 연구를 진행한다. RNA-seq 기법으로 Chi3l1과 관련된 표적을 확인하고, 폐암 전이 모델에서, 암 모델을 검증하는 등 다양한 각도의 검증을 통해 인간의 T 세포에서도 Chi3l1의 인간 유전자인 YKL-40 표적의 siRNA를 통해 동일하게 IFNγ 사이토카인의 유도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특허를 출원하고, PD-1 항체와의 병행 투여 등의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Chi3l1 유전자가 결핍된 T 세포는 Th1 세포 및 세포독성 림프구(CTL)로의 분화가 증가합니다. 분화 후에 IFNγ의 발현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세포의 면역반응이 활성화되지요. 연구를 통해 Chi3l1 유전자에 결합하여 단백질 발현을 억제하는 표적 치료물질(펩타이드―siRNA 중합체)을 개발해냈습니다. 이물질은 흑색종 암이 폐로 전이되는 생쥐실험에서 암세포의 폐 전이를 획기적으로 억제하여 그 효능을 입증했습니다.”

연구는 그동안 유전적으로 보존되어 있지만 T 세포의 기능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았던 키티나아제 계열의 Chi3l1 유전자의 기능을 최초로 규명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진화적 관점에서의 다른 생물종의 방어 물질이 인간 면역체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일반 연구자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논문으로 게재되었다.



‘방관자 T 세포 역할 규명’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패러다임 제시
최제민 교수는 2018년의 성과에 이어 2019년 류머티즘 관절염, 루푸스,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원인으로서 방관자 T 세포의 역할을 규명하는 쾌거를 이룬다.

자가면역질환은 자기관용성(Self-tolerance)의 불균형에 의한 자기항원(Self-antigen)에 반응하는 항원특이적 T 세포 및 자기항체(Auto-antibody)를 포함한 다양한 면역 기전에 의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까지 자가면역질환의 근본적 치료제는 전무하여,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 및 병인 기전 규명, 치료제 개발에 대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T 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세포 중 하나로 사람의 몸에는 약 10~100억 개가량의 T 세포 클론이 존재한다. 병원균이 침투했을 때 T 세포는 항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데 이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나머지 대부분의 T 세포는 면역반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같이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T 세포를 ‘방관자 T 세포’라고 한다.

T 세포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진행해오던 최제민 교수는 다른 연구실의 연구자와 IL-18과 발현 쥐에 대해 토의하던 중 이 ‘방관자 T 세포에 대한 연구’를 착안하게 된다.
IL-18 이라는 사이토카인만을 발현시켰을 뿐인데 T 세포들이 활성화되어 다양한 T 세포들로 분화가 나타나고, 질병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꼭 항원 인식이 없어도, 사이토카인 만으로 T 세포가 작동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고심하던 최 교수는 향후 비슷한 내용의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는 것을 확인하면서 자신의 가설에 확신을 가졌다. 이후 T 세포가 자가면역질환의 발병기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지속적인 연구 끝에 최제민 교수의 연구팀은 방관자 T 세포들이 면역반응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라 항원 인식이 없이도 오히려 스스로를 공격하는 자가면역반응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 경화증 생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신호물질인 인터루킨-1베타, 인터루킨-23에 의해 방관자 T 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최제민 교수의 연구팀은 기억 CD4 T 세포가 항원 인식이 없어도 염증성사이토카인 IL-1β, ΙL-231), 자극에 반응하여 자가면역질환 발병에 중요한 신호전달물질인 IL-17A, IFN-γ, GM-CSF2), RORγt3), CCR64)의 발현을 증가시킴을 발견했다.
또한 MOG(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항원으로 유도된 다발성 경화증 동물모델(EAE model)에서, MOG 항원과 관련 없는 방관자 T 세포들이 다발성경화증의 발병 및 진행에 전반적으로 기여함을 확인했다. 이러한 방관자 T 세포는 척수 조직 침윤 및 사이토카인 발현이 염증성사이토카인 수용기 IL-1R15) 의존적이었다.



더 나아가, 혈액으로부터 분리한 인간 말초 혈액 단핵세포(PBMC) 내에는 염증성사이토카인 수용기 IL-1R1을 높게 발현하는 CD4 T 세포가 존재하며, 이러한 염증성사이토카인 수용기 IL-1R1을 높게 발현하는 기억 CD4 T 세포가 IL-1β, ΙL-23 자극에 반응하여 항원 인식이 없이도 자가면역질환 발병에 중요한 사이토카인 IL-17A, IFN-γ을 발현할 수 있음을 최초로 발견하였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적응면역체계는 ‘항원 특이적 면역반응’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설이지만 연구를 통해 특정 항원과 상관없는 1010개의 대부분의 클론을 차지하는 항원 비특이적인 T 세포들이 면역반응 시 적극적으로 그 반응에 참여하고 있음이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항원과 관련 없는 T 세포는 방관자 T 세포라고 인식되어져 왔던 사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결과를 제시하여, 온전히 이해되지 못한 자가면역질환의 발병, 진행에 대한 기전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하였습니다. 항원특이적 T 세포를 공략하려는 기존의 자가면역질환 치료 접근에 방관자 T 세포의 활성화 조절을 더 한다면 자가면역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다.
1) IL-1β, IL-23: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있는 기능성 단백질.
2) L-17A, IFN-γ, GM-CSF: 자가면역질환 발병에 중요한 기능성 단백질.
3) 자가면역질환 발병에 중요한 전사인자.
4) 척수 조직 침윤에 중요한 케모카인 수용기.
5) 염증성사이토카인 IL-1β의 수용기.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의 근본적 치료 방법 연구할 것”
최제민 교수는 앞서 소개한 연구 성과 외에도 ‘혈액 뇌 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통과할 수 있는 약물 전달 시스템’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연구와 관련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약물전달 시스템에 지금까지 성과를 낸 기초 질병 연구 결과를 결합해, 향후 제약 회사와 공동연구하거나 기술 이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더불어 T 세포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며 2019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면역반응에서도 중추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항원 특이적 T 세포뿐 아니라 방관자 T 세포의 역할을 동시에 조절할 수 있는 신규 조절 약물을 연구·개발하여,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국내 독자적 기술로 이루어 혁신 신약개발로 연결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T세포 연구에 관한 정부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최제민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에는 끝이 없습니다.” 앞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또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최제민 교수는 모습에서 묵묵하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진정한 연구자로서의 모습이 보인다. 그의 연구를 통해 인류의 삶의 질을 저해시키는 질병 정복의 길에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취재기자 / 박아영(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9년 6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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