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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안종열 교수님

세계 최초 4차원 실험 공간을 열다, 4차원 실험 수행 가능한 방법 개발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안종열 교수님 인터뷰




30여 년 전 이론적으로만 제시되었던 2차원 물질 두 개를 겹친 후 준결정 물질을 구현하면 4차원 공간에서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2018년에 드디어 밝혀졌다. 국내 연구진이 4차원 공간에서의 실험 연구를 가능케 하는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4차원 실험 공간의 길을 연 성균관대 물리학과 안종열 연구팀을 만나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30여 년 전 제안된 연구를 구체화시키다
세계 최초로 4차원 공간에서의 실험 방법이 개발됐다. 지난 6월 한국연구재단은 성균관대학교 안종열 교수 연구팀이 2차원 물질에 4개의 독립적인 차원 축을 부여해 4차원 공간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2차원 물질은 단원자 층으로 형성되어 있는 평면구조의 물질인데, 1986년도에 Peter Stampfli에 의해 이론적으로 2차원 격자 두 층을 겹친 후에 정확하게 특정 각으로 회전시키는 경우 준결정물질을 구현할 수 있다고 제안되었다.


이후에 추가적인 이론 연구들에서 2차원 준결정의 경우 2차원 물질에 4개의 독립적인 공간 축을 부여할 수 있고 4차원 공간에서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음이 제안되었던 바 있다.
안종열 교수 연구팀은 바로 이러한 연구 제안을 구체화했다. 연구팀은 두 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을 완벽하게 30도 회전시켜 그래핀 준결정을 만들어냈다. 2차원 물질 두 개를 겹친 뒤 특정 각도로 회전시킨 경우 준결정을 만들 수 있고, 이 준결정을 통해 4차원 공간에서의 연구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내용이다. 특정각은 회전 대칭성은 있으나 병진 대칭성은 없는 특이한 결정인 준결정을 육각형 구조의 경우 30도, 사각형 구조의 경우 45도를 회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래핀 준결정은 평면 구조의 2차원 물질인 그래핀을 두 층으로 포갠 뒤, 위층을 아래층과 정확히 30도 어긋나도록 회전시킨 형태이다. 이러한 회전시킨 형태는 한 층의 x축, y축과 또 다른 한 층의  x'축, y'축 등 총 4개의 축을 가진 4차원 공간이 생기게 된다.

연구팀의 안성준 박사는 “이렇게 구축된 공간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자기, 광학적 특성, 초전도 현상, 전기적, 기계적 현상이 보일 수 있는데, 이러한 특이한 물리적 현상들에 관한 이론적인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왔고, 이들을 규명하는 것이 앞으로의 할 일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두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을 정확하게 30도 회전시켜 그래핀 준결정을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 이론적으로만 제시됐던 4차원 연구를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연구에서는 두 개의 2차원 물질을 완벽하게 정해진 각도로 회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특정 기판에서 다른 기판으로 물질을 옮기는 방법인 전이 방법은 적용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실리콘카바이드 기판 위에서 특정 결정 구조를 가진 기판 위에 다른 결정 구조물을 성장시키는 방법인 에피택시 방법을 활용해 두 개의 그래핀 층이 완벽하게 30도 회전한 형태로 존재하는 구조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





4차원 공간 실험 연구 새 분야 정립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 공간이다. 이는 3개의 독립적인 좌표축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4차원 공간은 우리가 보거나 만질 수 없는 가상의 공간이다. 이러한 공간적 제약으로 4차원 이상의 공간에 대한 실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기초과학에서 공학에 이르기까지 실험연구라는 것은 실험적인 대상이 존재해야만 하고 직접적인 접근이 가능해야만 한다. 이에 실험적인 연구가 이론적인 연구와 달리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왔던 것이다.

이번 연구팀의 연구 내용은 공간적 차원의 길을 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4차원 이상의 고차원에서의 다양한 물리 현상을 기술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실험적으로 4차원이라는 공간이 실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4차원 이상의 고차원에서의 연구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되어 왔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성과를 실제 우리가 사는 공간인 3차원을 넘어 4차원 공간에서의 실험 연구의 길을 연 것이라고 설명한다.

안종열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1984년 이후로 이론적으로만 제안되었던 4차원 공간에서의 연구를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한 것”이라며 “기존에 실제 존재하는 3차원 공간에 제한되었던 연구들이 4차원 실험 공간으로 확대될 수 있는 매우 획기적인 연구결과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 포기하지 않은 연구의 결과물
연구 제안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구체화 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연구팀이 이번 4차원 공간의 실험이 가능하도록 연구 결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연구는 5~6년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 걸렸는데, 그래핀 준결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래핀 두 층을 정확하게 30도로 회전을 시켜야 하는데 제작된 그래핀 시료가 정확한 30도이며, 준결정이라는 것을 규명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준결정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Dan Shechtman 박사에 의해 1980년대에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관측된 특이한 고체 결정구조이다. 일반적인 고체 결정구조의 경우, 구성 원소들이 격자구조라고 하는 일정한 주기성을 가지며 배열되어 있고, 이 경우에는 병진 대칭성과 회전 대칭성을 모두 가지게 된다. 반면에, 준결정의 경우에는 회전 대칭성만을 가지는 특이한 구조를 지니며, 이와 관련된 수많은 실험적, 이론적인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어 왔다. 안종열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 두 층을 각각 박리하여 포개는 방법 대신, 서로 30도의 회전 각도를 가지는 두 층의 그래핀을 에피택셜한 방법으로 성장시킴으로써 2차원 그래핀 준결정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디랙 전자 구조를 가지는 특수한 준결정을 최초로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안성준 박사는 “지난 십여 년의 기간 동안 적층되어 있는 두 장의 그래핀의 물성에 관한 많은 이론적 실험적 연구들이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Mott insulator나, 초전도 현상과 같은 특이한 물리적인 현상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 내용은 이 중에서도 특색 있는 디렉 전자구조를 가지는 2차원 준결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만들어 낸 2차원 준결정은 4차원 양자 홀 효과로 대표되는 4차원 공간의 물리학을 엿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차원 공간에서의 실험 연구와 관련된 연구 동향과 관련해서도 최근에는 그래핀, MoS2, Phosphorene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2차원 물질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뤄 왔는데, 연구팀은 이들 중에서도 2차원 준결정에 관한 첫 번째 실험적 연구일 뿐 아니라 준결정 중에서도 상대론적 페르미입자에 관한 첫 번째 실험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를 5~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연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배경이 되었다.

처음 연구 당시 새로운 방법을 이용해 처음 시료를 얻고 측정 결과를 확인했을 때, 기존의 연구결과로 완벽히 설명되지 않는 특징들을 관측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독특한 연구결과에 조심스러웠다. 안성준 박사는 여러 분야의 많은 교수님들과 다양한 관점에서 토론을 하고, 수차례의 토론과 협업 및 검증 끝에 이번 연구 내용을 구체화 시킬 수 있었다. 2차원 그래핀 준결정에 관한 실험 내용의 발표는 처음이라 철저한 검증과 토론과정을 거쳤다. 그렇기에 더욱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연구 내용의 독창성에 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랜 연구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명확한 검증이었다. 안성준 박사는 “이론적으로만 제시되어 있었던 30도 회전되어 적층된 두 층의 그래핀을 이용한 2차원 준결정을 실험으로 처음 구현하는 연구이니 발견된 실험 결과와 준결정 구조에 관한 검증이 가장 어려운 점이었다.”고 전했다.







후속연구의 다양한 가능성 제시
4차원 실험 공간의 구현은 고차원 고체 물리의 이론을 정립하고 그 이론을 실험으로 규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또 기존에 보고된 독특한 특성을 보이는 물리 현상들(초전도, 광학 및 기계/전자기적 특성 등)의 고차원적인 접근이 가능해진다는 점 또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4차원에서의 자기적 특성, 광학 특성, 초전도 현상, 전자구조 현상, 전기적 현상 등이 후속연구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4차원 공간에서의 실험 연구라는 새로운 분야가 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성준 박사는 “이번 연구는 4차원 연구 공간에 대한 실마리 역할을 해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게 될 것이며 앞으로는 4차원 양자 홀 효과로 대표되는 고차원의 물리 현상들을 2차원 준결정을 통해 확인함과 동시에, 고차원 고체 물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정립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정립해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중인 분야들과 연관 지어 고체 물성에 관한 이해의 폭을 한 차원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시작에는 안종열 교수의 연구 철학이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종열 교수의 연구철학이 연구진들에게 반영되어 4차원 공간을 구현하는 연구 주제를 오랜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종열 교수는 “연구를 해 나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열린 사고를 통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해 평소 연구실 학생들에게도 항상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 한다.”며 “학생들에게 ‘머리를 열어서 써라’라고 표현을 하는데,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버리고 생각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또 “눈앞의 결과에만 전전긍긍 하게 되면, 이미 수행된 연구들과 비슷한 내용들만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비슷한 결과만 얻게 된다.”며 “비록 구현해내기 어려운 연구이더라도 그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면,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진들과 협업을 통해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중요시하며 구현해내기 어려운 주제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안종열 교수 연구팀은 수 십 년의 시간 동안 구체화 되지 않은 4차원 공간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 내고, 4차원 공간에서의 물리학 실험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열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러한 연구 분야를 더욱 확장시켜 나가기 위해 전 세계 많은 연구진들과 협업해 더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새로운 연구의 길을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취재기자 / 김지혜(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9년 1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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