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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인터뷰]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강주훈 교수

필요에 따라 기능 바꾸는 재구성형 전자소자 개발 트랜지스터-다이오드-광센서 기능 자유자재로


반도체 소자의 집적도가 한계에 다다른 지금, 필요한 순간에 기능을 바꿔가며 활용할 수 있는 ‘재구성형 전자소자(Reconfigurable device)’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재구성형 전자소자는 복잡한 소재 조합과 정밀한 소자 구조가 필요해 대면적 생산을 통한 상용화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연세대학교 강주훈 교수 연구팀은 용액공정 기반의 2차원 나노재료를 활용해, 기판 전체에 잉크처럼 뿌려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 해결의 단서를 제시했다. 하나의 게이트 전극만으로도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광센서 등 서로 다른 기능을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해 낸 것이다. 이번 성과는 복잡한 제조 과정을 단순화하면서도 확장성 있는 고성능 소자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고속 영상처리와 인지형 센서 등 다양한 미래 반도체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을 열었다. 특히 인공지능 하드웨어 기술에서 요구되는 다기능 센서 집적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간단한 프린팅 방식으로 새로운 소자 설계의 길을 연 이번 성과는, 반도체 기술이 나아갈 다음 세대를 미리 그려보게 하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


간단한 프린팅 방식으로 고성능 전자소자 구현

연구팀은 용액공정 기반 2차원 소재 기술을 활용해 단일 구조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재구성형 전자소자를 개발했다. 이번에 제안된 소자는 2차원 반도체 몰리브덴 다이설파이드(MoS₂)와 산소결함을 포함한 산화지르코늄(ZrO₂-x)을 수직 적층한 구조로, 복잡한 전극 설계 없이도 전압 조건에 따라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광소자로 전환 가능한 다기능성을 구현했다. 트랜지스터는 전류나 전압 흐름을 조절해 증폭하거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이며 다이오드는 한 방향으로만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성질을 가진 소자로 교류를 직류로 변환할 때 사용한다.

“저희가 개발한 재구성형 전자소자는 단일 게이트만으로도 소자의 역할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전압 조건을 바꾸면 트랜지스터가 되기도 하고, 다이오드로 동작하기도 하며, 나아가 뉴로모픽 광센서로 확장됩니다. 특히 기억 시간을 조절할 수 있어,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을 모사할 수 있다는 점은 메모리 소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팀은 2차원 반도체인 이황화지르코늄(ZrS₂)과 MoS₂를 대면적에서 안정적으로 분산, 박리하는 방법을 확립한 후, ZrS₂를 고온에서 산화시켜 전기적으로 절연 특성을 갖는 ZrO₂-x로 변환하는 공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소자 내에서 전기적 기능이 상이한 두 재료를 수직으로 적층한 이종접합 소자를 제작했다. 
이 과정을 통해 형성된 얇은 ZrO₂-x 절연층은 높은 분극 특성을 지니고 있어, 하나의 게이트 전극만으로 전계 분포를 비균일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글로벌 게이팅 모드(트랜지스터)에서는 평균 이동도 10 cm²/Vs, 전류 온/오프 비율 10⁶을 달성했고, 로컬 게이팅 모드(다이오드)에서는 정류비 7×10⁴에 이르는 다이오드 특성을 구현했다.

빛을 조사했을 때는 모드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다. 글로벌 게이팅 모드에서는 빠른 응답 속도를 가진 광트랜지스터로, 로컬 게이팅 모드에서는 느린 소멸 특성을 기반으로 신호 저장이 가능한 광시냅스로 작동했다. 로컬 게이팅 모드에서의 광반응성은 최대 10⁵ A/W에 달해 기존 광센서보다 월등한 성능을 보여주었다.
즉, 복잡한 구조와 다중 소재 정렬을 필요로 하는 기존 재구성형 소자들과 달리, 연구팀이 개발한 방식은 단일 반도체 채널에서 모든 기능 구현이 가능하고 웨이퍼 단위 수백 개 소자에서도 균일한 성능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단순하면서도 확장성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2025년 5월 6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후속 연구 통해 인공지능 하드웨어 기술 적용 기대

특히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용액공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산소결함을 역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결함은 소재에 일정 비율 항상 존재하는데, 이로 인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아 해결해야 할 치명적인 이슈 중 하나였다. 오랜 고민 끝에 연구팀은 결함을 활용해 재구성형 특성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결함이 전자와 광입자를 붙잡아 두어 소자의 기억 시간을 조절할 수 있게 한 것. 완벽하지 않은 상태가 오히려 새로운 기능을 가능하게 한 셈이다. 

“저차원 나노 소재를 용액공정으로 다루다 보면 결함이 생기고, 이는 항상 성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결함을 줄이는 데 집중해 왔죠.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발상을 바꾸어, 결함이 전자나 광입자를 잡아두는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잡혀 있는 동안 소자가 정보를 기억하게 되는 원리를 이용해, 결함을 새로운 기능 구현의 도구로 바꾼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프린팅 기반 전자회로, 대면적 이미지 센서, 센서-인-메모리 시스템 등 다양한 인공지능 하드웨어 기술로 확장될 수 있는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상온 공정이 가능해 수직 스태킹 방식의 집적화 연구에도 적합하며, 에너지 절감 효과까지 기대된다.

향후 연구의 핵심 목표는 이러한 특성을 멀티모드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광·향·열 반응성을 통합한 스마트 멀티센서, 연산과 저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센서-인-메모리 소자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웨어러블이나 플렉서블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저온·저비용 공정 역시 주요 연구 방향으로 잡고 있다.

“평면 위의 집적화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앞으로는 높은 빌딩을 쌓듯 수직으로 소자를 쌓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고온 공정에서는 밑에 있던 소자가 쉽게 망가지죠. 저희 방식은 상온 공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밑에 소자를 손상시키지 않고 그 위에 계속 쌓아 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올려놓는 것이 핵심 과제이며, 이를 위한 정밀 적층 기술을 후속 연구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산업 협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연구팀은 현재 대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이어가며, 개발된 소재가 실제 반도체 공정에서 요구되는 호환성과 성능을 만족하는지 검증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광센서 및 열 관리 소재 응용 가능성을 함께 모색하고 있으며, 전기차 전환 속도에 맞춘 연구로 확장할 계획이다.


2차원 소재 패턴 및 적층 기술 난제 해결

연구팀은 그동안 2차원 소재 적층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이어왔다. 그 일환으로 올해 초에는 연세대학교 조정호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자외선을 활용한 새로운 광 가교 기반 적층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Nature Electronics, 2025년 2월 24일 온라인 게재) 이번 기술은 2차원 소재의 특성을 온전히 보존하면서도 정밀한 패턴 형성과 적층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직으로 소자를 쌓는 과정에는 공정 온도 문제 외에도, 원하는 패턴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또 다른 난제가 있었습니다. 잉크를 코팅한 뒤 불필요한 부분을 씻어내면, 원래 남아 있어야 할 나노 소재까지 함께 떨어져 나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외선에 반응하는 분자를 잉크에 섞어 원하는 영역을 단단히 붙잡아 두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층을 올려도 밑의 소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습니다.”

연구팀이 제안한 방법은 Azide 기반 광가교제를 활용해, 자외선 빛에 노출된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고정하는 원리에 기반한다. 자외선이 조사되면 분자가 활성화되어 주변 고분자와 반응하며 소재와 기판을 결합시키고, 이로써 원하는 패턴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된다. 이렇게 확보된 구조 위에 다른 소재를 순차적으로 적층해도 기존 층은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전도체·반도체·부도체 소재를 조합해 안정적인 이종 적층 구조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는 100%에 가까운 소자 구동 수율과 더불어 평균 전하이동도 20 cm2V-1s-1 이상을 기록했으며, 60일 이상 공기 중에 노출된 후에도 성능 저하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NOT, NAND, NOR, SRAM 등의 로직 회로 구현에도 성공하며, 고성능·고균일성·고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다.
“이번 성과는 기존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자외선을 활용해 새로운 적층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별적입니다. 소재 본연의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적층 구조를 구현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국가연구개발 100선에 오른 차세대 반도체 성과

강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며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국가연구개발 100선’은 국민과 산업에 기여한 대표적 연구 성과를 범부처적으로 발굴·선정하는 제도로, 선정된 성과는 ‘2차원 소재 대면적 프린팅 기반 초고성능 반도체 소자 개발’이다.(Nature Electronics, 2023년 6월 9일 게재)

이 연구는 두께가 원자 단위인 2차원 반도체 소재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면적 소자 제작과 고성능 구현을 동시에 달성한 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MoS₂ 소재에 나트륨이 주입된 절연층(sodium-embedded alumina, SEA)을 도입해 전하이동도를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용액공정을 통해 대량 합성한 MoS₂를 잉크 형태로 제작하고,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슬롯 다이 코팅 공정을 적용해 5인치 웨이퍼 크기의 균일한 소자를 구현했다. 그 결과 최고 전하이동도 100 cm2V-1s-1 이상이라는 기존 대비 100배 가까이 개선된 성능을 기록했다. 기존 용액공정 기반 MoS₂ 트랜지스터는 1~5 cm2V-1s-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대면적 제작 공정과 고성능 소자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2차원 반도체의 실용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연구로 평가된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가 고집적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차세대 대안 기술로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차세대 반도체 소자뿐 아니라 OLED 디스플레이의 구동을 담당하는 TFT backplane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실제 제품 적용을 위해서는 증착 공정 중 소자 결함을 최소화하는 최적화 과정과 내구성을 높이기 위한 패키징 기술 검증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해야만 장기간 안정적인 상용화가 가능하다.
강 교수는 현재 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으며, 곧 새로운 논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를 통해 2차원 소재 기반 반도체 소자의 산업적 응용 가능성을 한층 더 구체화할 계획이다.


성의와 완성도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연구 문화

다기능소재공정연구실(Multi-Functional Materials Processing Laboratory)은 이름 그대로 소재의 기능성을 확장하고, 공정을 통해 원하는 형태로 구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초기에는 반도체 소자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연구 영역을 넓혀 태양전지, 배터리, 수전해, 열전소자 등 다양한 에너지 분야로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소재 합성의 정밀도를 높이며 순도를 개선하고, 나아가 실제 산업에 접목할 수 있는 소재 개발로 연구의 방향을 잡고 있다.
현재 연구실은 국내외 약 20개 그룹과 공동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수전해 소재 연구는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태양광 솔라셀과 배터리 안정성 개선 연구는 이미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또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열전 연구는 중앙대학교 연구팀과의 협업으로 성과를 냈다. 이처럼 다양한 협업을 통해 연구의 확장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반도체 소자와 같은 핵심 분야는 연구실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며 균형을 맞추고 있다.

“저희 연구실의 메인 스트림은 소재 공정과 기능화입니다. 반도체 소자는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연구하면서도, 응용 분야는 공동연구를 통해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저희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산업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협업으로 연결할 수 있죠.”
공동연구가 많다 보니 관리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강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학생에게 메인 프로젝트를 반드시 부여하고, 공동연구 제안은 개인 연구와 연관된 주제로 매칭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반복적인 실험에 머물지 않고 전문성을 갖추도록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시작한 연구는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마무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연구실 문화는 기본적으로 자율성을 존중하는 분위기 위에 서 있으나 자율 속에서도 분명한 기대치를 설정한다. “입학할 때 모습 그대로 졸업하지 못한다”는 그의 말처럼, 연구실에서 보내는 2년에서 6년 사이 반드시 성장과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 교수가 연구원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는 가치는 ‘성의’와 ‘완성도’다. 연구 결과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 누가 보더라도 최선을 다한 흔적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는 학생들에게 늘 ‘매사에 성의를 다하라’고 말하는데, 연구뿐 아니라 모든 결과물에서 그 진심이 보여야 신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성의와 완성도가 없다면 실적이 많아도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무엇을 하든 고민한 흔적이 드러나야 하고,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박사 과정을 마친 한 제자는 “교수님이 강조해 주신 성의와 완성도의 중요성이 연구 인생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다”는 편지를 남기며 그의 철학을 증명했다.

연구 주제 선정 방식에서도 강 교수의 원칙은 뚜렷하다. 초기 단계의 학생들에게는 기초적인 연구를 맡겨 접근성을 높이고, 경험이 쌓이면 난이도를 점차 올린다. 반면 박사 과정 고연차 연구원은 스스로 주제를 정해 이끌어가야 졸업할 수 있다.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깊이 있는 연구, 사회적 인식 변화를 향한 바람

연구실 운영은 연구비를 충분히 확보해야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고, 학생들의 성과가 다시 연구비 수주로 이어져야 지속 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매번 잘 성장한 학생들의 졸업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위기가 찾아오고, 연구비 역시 빠른 주기로 새롭게 준비해야 하며 수주를 위한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강 교수는 이런 불안정성을 넘어설 수 있다면 더 빠른 연구가 아니라, 더 깊이 있는 연구를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에서 가장 힘든 건 늘 사이클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입니다. 학생들이 졸업할 때, 혹은 수행 중인 연구과제가 종료될 때마다 다시 기반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죠. 사이클의 주기가 조금 더 길어져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다면 단기 성과보다 깊이 있는 결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장기 연구 기회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진 연구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늘려가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더 많은 연구자들이 ‘빠른 성과’의 압박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주제를 꾸준히 파고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젊은 과학자들이 독립 연구자로 출발할 때 충분한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면 정착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했다.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휴대폰, 자동차 같은 일상적 도구들 뒤에 과학기술인의 노력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대학원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포함해 여전히 남아 있는 낡은 선입견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연구자들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때 과학기술도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향한 당부도 이어졌다. 강 교수는 요즘 시대가 돈의 가치를 지나치게 중시한다고 지적하면서,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행복을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박사 과정은 고생의 과정을 통해 본인의 무기를 갖추는 시간입니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사라질 직종 리스트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결국 자신만의 독창적 전문성이 있어야 도태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학위 과정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이 시간을 스스로의 경쟁력을 만드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라고 늘 이야기합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자신이 개발한 소재가 실제 산업적으로 쓰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용액으로 나노 소재를 합성하는 시도는 애초에 실용화를 겨냥한 접근이었지만, 아직까지 산업 현장에서 뚜렷한 활용 사례는 없다. 그는 연구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반도체 소자 같은 하이테크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어둠 속의 작은 불씨와 같다고 말한다.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이어진다면, 언젠가 커다란 등불이 되어 새로운 길을 비추게 될 것이다. 연구자와 학생들이 함께 지켜온 작은 불빛이 모여, 결국 산업과 사회를 밝히는 빛으로 타오를 것이라는 믿음. 그것이 그가 바라보는 과학자의 길이며, 앞으로 이어갈 연구 인생의 방향이다.


취재기자 / 안유정(reporter1@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25년 9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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