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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생명공학과 김용희 교수

세계 최초로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한
획기적인 비만 치료법 개발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김용희 교수





국내 연구진이 최근 지방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지방제거 유전자를 전달하는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와 이를 이용한 비만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끌며 비만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는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김용희 교수. 그는 ATS-9R 펩타이드라는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해 치료용 유전자인 FABP-4 shRNA를 지방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기존 치료제의 부작용과 비효율성을 개선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향후 비만과 연계된 대사증후군을 비롯해 암, 고지혈증, 동맥경화, 당뇨 예방과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작용이 없고 안전한 비만 치료제의 개발
심혈관계 질환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비만은 세상에서 가장 환자 수가 많은 질환이다. 해마다 환자가 늘어 서방 국가에서는 비만을 국가적 재난으로까지 여기고 있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부작용이 없이 안전한 치료약은 개발되지 않았다. 김용희 교수는 약물로 비만 치료가 어렵다면 유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비만 치료제 연구 개발에 착수했다.


“평소 당뇨와 암, 심혈관질환 등 만성 질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비만인데,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죠. 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지방세포를 공략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치료제를 지방세포에 안전하게 전달하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아 이러한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획기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의 출발점이 되어 준 것은 약물전달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혹은 신규 의약품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양의 약물을 질환 부위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제형을 설계하여 약물치료를 최적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25년간 약물전달시스템을 연구해온 김용희 교수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앞서 심근경색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양이온성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단백질 전달체를 연구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바 있다. 그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와 이를 이용한 비만 치료법 개발을 하게 되었다.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단백질이나 항체, 유전자 등은 분자의 크기가 커서 세포 내로 직접 이동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들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전달체가 필요하죠.”


양이온성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음이온성 유전자와 결합체를 만들 수 있는 양이온성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전달 시스템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밝혀낸 김용희 교수는 이 성과를 응용하여 유전자 전달체를 개발하고, 본격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에 돌입했다.










ATS-9R 펩타이드로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다
열량 흡수와 소비의 불균형에 의한 비만은 식이조절과 운동에 의해 억제할 수 있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복부비만은 당뇨병과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 등의 합병증을 초래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하다. 따라서 비만을 예방하고 대사증후군으로의 이행을 막기 위해서는 치료제 복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시중에 나온 비만치료제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동안 장기복용으로 허가된 비만 치료제는 크게 중추신경계에 작용해서 식욕을 억제하는 약과 소장에서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약 크게 두 가지였다. 그 중 식욕억제제는 심각한 심장 독성으로 2010년 시장에서 퇴출되었으며, 지방흡수 억제제도 유변 배출 등 사용이 불편해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두 가지 대표 약물군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타겟 세포인 복부 비만세포에 작용하는 약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때문에 장기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선 김용희 교수는 비만세포에 과다 발현되는 프로히비틴(prohibitin)이란 단백질에 주목했다. 프로히비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에이티애스 펩타이드(ATS peptide)와 DNA 유전자에 안정적으로 결합해서 세포내 투과를 향상시키는 9개의 아르기닌 아미노산이 결합된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하기로 한 것. 그는 이 유전자 전달체를 이용하여 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유전자(shFABP4)를 비만세포에 전달함으로써 비만 치료와 대사증후군 치료가 가능함을 입증했다.








“기존의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 투과 기능을 높인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인 ATS-9R 펩타이드를 개발해 비만 치료용 유전자를 지방세포에 직접 전달할 수 있게 했습니다. 비만 동물 모델에게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절달체인 ATS-9R 펩타이드를 이용한 치료용 유전자를 주당 2회, 7주간 투여하자 몸무게가 25%이상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어요. 또, 지방세포의 인슐린 저항성이 치료된다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죠.”
기존의 비만치료제들이 지방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융단폭격 방식이었다면, 김용희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목표가 되는 지방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전달해 부작용 없이 비만을 치료하도록 하는 신개념의 ‘원점 타격형’치료법이다. 이처럼 획기적인 치료법의 핵심이 되는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절달체인 ATS-9R 펩타이드는 비만 때문에 발생하는 암,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병의 유전자 치료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지난 2014년 12월, 소재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머티리얼>(Nature Materials) 13권에 게재되었으며, 국내 특허 등록 및 특허협력조약에 출원되었다. 또한 지난해 10월 김용희 교수는 이 기술로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약학과 생명공학을 접목시킨 연구로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다
비바이러스성 유전자 전달체와 이를 이용한 비만 치료법은 5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비만약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김용희 교수가 개발한 유전자전달 시스템은 상용화까지 성공 가능성이 높아 산업체와 공동 개발을 위한 제품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현재 국제특허를 준비 중이며 대(大)동물 실험 등 후속 연구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12월 18일에는 그가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양대학교 공과대학과 국내 비만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유수의 기업이 ‘유전자 비만 치료제 특허 전용실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고 유전자 치료제 혁신신약개발에 나서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 회사들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 순수 국내 연구진의 힘으로 다년간의 연구 끝에 좋은 성과를 얻게 되었지만 연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를 하는 동안 시간과의 싸움을 계속 이어가야 했습니다. 비만 동물 모델이 만들어지기까지 2~3개월이 걸렸고, 체중 감소와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를 검증까지 또 2개월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나의 실험 결과를 얻기까지 꼬박 4개월에서 5개월이 소요되는 과정을 반복해야 값진 결과를 얻을 수 있었죠.”
연구라는 것 자체가 목표한 성과를 이루기까지 계속 찾아나가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지만, 연구비 부족과 끊임없는 기다림은 시간과의 싸움인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포 수준의 실험에서 이미 충분히 가능성을 검증했고, 개발한 유전자전달 시스템의 효능을 확신했기 때문에 연구를 끝까지 추진할 수 있었다. 김용희 교수가 이번 연구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약학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남다른 열정 때문이다.


“생명공학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현재 바이오신약 개발이 가장 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10년 전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블럭버스터급 Top 10’으로 손꼽히는 의약품이 모두 타이레놀과 같은 저분자 합성 약물이었는데, 10개 중 7개가 생명공학 유래의 바이오의약품들이 차지했습니다. 저는 이 분야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총력을 기울여 지원해야 할 분야인 생명공학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와 융합해 발전해나가야 합니다.” 앞으로도 그는 약학과 생명공학을 접목시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여 시대와 학문, 산업의 흐름을 선도하는 연구자가 될 계획이다.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미래 생명공학의 성장 엔진 
김용희 교수가 개발한 비만 치료법은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접근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이다. 그는 해외 연구자들이 전달 효율은 높지만 체내에서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 전달체를 개발해 온 것과 달리, 안전한 대신 전달 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던 비바이러스성 전달체의 효율을 향상시키는 새롭고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이용해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혁신이 가능했던 것은 우직하게 한 우물을 깊게 파는 그의 연구 방식 때문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는 신약개발과 약물전달시스템 연구는 그가 평생 연구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써, ‘초지일관(初志一貫)’이라는 인생 좌우명과 닮아 있다. 지난 1986년, 김용희 교수는 스승 故유병설 서울대 약학대학장의 도움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가 찾은 유타대학교(University of Utah)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특히 명성이 높은 학교이다.



김 교수가 박사과정을 시작한 당시 그곳에서는 김성완 석좌교수와 윌리엄 히구치 교수를 중심으로 약물전달시스템의 이론과 기술이 정립되고 있었다. ‘약물 전달시스템’은 생명공학의 발달을 통해 속속 밝혀지는 세포 내 단백질-유전자 네트워크 정보를 이용하는 치료법으로, 병의 원인이 되는 곳에 선별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전달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과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창시자 격인 두 교수의 지도 아래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약물전달시스템과 인연을 맺게 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바이오의약과 약물전달시스템을 접목하는 연구에 매진해 왔다.



특히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으로 추진된 바이오신약장기사업의 지원 아래 온도 감응성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약물·유전자 전달 연구와 유전자 전달용 환원성 고분자 연구 등 세계적으로 앞선 기술을 개발하여 마침내 세계 최초의 비만세포 표적 유전자 전달체 개발에 이르게 되었다. 그동안 초심을 잃지 않은 그의 꾸준한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바이오의약이 국가의 미래 먹을거리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그는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후학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각별하게 신경을 쓰는 부분은 글로벌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실험실 내에서 모두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매년 외국 학회에 연구원들을 보내 견문을 넓히도록 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넓은 시야가 트이지 않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따라 매일 보고, 듣고, 경험했던 범주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니까요. 밖으로 나가야 새로운 문화를 만날 수 있고, 그로부터 진화된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부터 인생의 목표를 ‘글로벌 과학자’로 정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연구의 길은 ‘research’라는 단어처럼 찾고 또 찾는 문제해결의 과정입니다. 연구자가 되길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예상치 못한 난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해 자신만의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바이오의약계에 돌풍을 일으키는 주역이자 생명공학계의 발전을 견인할 글로벌 인재를 길러내고 있는 그는 서울대학교와 동 대학원 약학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치고, 미국 유타대학교 약대의 약제화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는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생명공학과 교수 및 바이오생명의약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앞으로도 신약개발과 약물전달시스템 연구를 지속해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싶다는 김용희 교수. 그의 원대한 꿈이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성장 엔진이 되어 영속성 있는 미래를 향해 전진해나가길 바란다.


<취재기자 김수은 reporter3@s21.co.kr>

<이 기사는 사이언스21 매거진 2016년 3월호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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